'상고이유서'에 2심 내용 그대로 복붙했다면?…100% 지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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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이유서'에 2심 내용 그대로 복붙했다면?…100% 지는 게임이다

2026. 01. 27 17:1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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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되는 치명적 실수와 인용되는 핵심 전략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5년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대법원의 상고심 인용률(파기율)은 민사 3.7%, 형사 2.1% 수준에 불과하다.


100건의 상고 사건 중 96건 이상이 기각되는 것이다. 수많은 상고이유서가 왜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는 것일까. 기각되는 상고이유서의 치명적 오류와 인용되는 상고이유서의 성공 전략을 짚어봤다.


대법원은 ‘3심’이 아니다… 법률심의 이해

가장 흔한 착오는 대법원을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는 ‘3심’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법률 위반 여부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따라서 “원심의 사실인정이 억울하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식의 주장은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특히 형사소송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닌 한,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항소이유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사실관계를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은 ‘읽히지 않는 상고이유서’의 전형이다.


‘기각’을 부르는 치명적 실수 3가지

① 기한 착오

상고이유서는 판결 선고일이 아닌,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 아니므로 추후 보완도 허용되지 않으며, 단 하루라도 늦으면 변론 없이 상고가 기각된다.


② 원심 주장 반복

상고심은 새로운 법리적 쟁점을 찾는 과정이다. 항소심에서 했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은 상고이유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③ 추상적 주장

단순히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했다”고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느 법리의 어떤 부분을, 어떤 판례에 반하여 잘못 판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인용률 3.7%를 뚫는 핵심 전략… ‘판례 위반’의 구체적 증명

상고심의 승패는 원심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어떻게 위배되는지를 명확히 증명하는 데 달려있다. 성공적인 상고이유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첫째, 쟁점을 한 문장으로 제시한다. 서론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OOO이며, 원심은 이에 관해 대법원 202X다XXXXX 판결이 설시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습니다.”와 같이 결론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둘째, 법리-판단-위법의 3단 논법으로 구성한다. (1) 관련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정확히 인용하고, (2) 이와 다른 원심의 판단 내용을 제시한 뒤, (3) 따라서 원심의 판단이 어떤 점에서 판례에 위배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소액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가 아니면 상고 자체가 제한되므로 이는 더욱 중요하다.


셋째,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 주장을 보강한다. 법리오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 원심이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하며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난 점(채증법칙 위반)이나, 마땅히 조사했어야 할 사항을 누락한 점(심리미진)을 예비적으로 주장하여 파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상고이유서는 재판연구관을 설득하는 한 편의 논문과 같다”며 “원심 주장을 답습하는 대신, 원심판결의 법리적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대법원 판례라는 절대 기준으로 반박하는 것이 3.7%의 벽을 넘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상고심의 승패는 '얼마나 억울한가'가 아닌, ‘원심판결이 법리를 얼마나 위반했는가’를 증명하는 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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