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성폭행한 친구에 '사적 보복'한 남성, 대법원도 징역 25년 선고
여자친구 성폭행한 친구에 '사적 보복'한 남성, 대법원도 징역 25년 선고
30년 지기 사이⋯결혼 약속한 여자친구 소개한 자리가 비극의 시작
친구에게 성폭행당한 여자친구⋯재판 시작되기 전 '사적 보복'
흉기로 30차례 찌르고, 시체 훼손까지⋯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징역 25년

성폭행 피해자의 남자친구였던 A씨는 살인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돼 법정에 섰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세 남녀가 한 집에 모였다. A씨가 친구 B씨에게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A씨와 B씨는 30년 지기의 죽마고우였다.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고,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이날 셋은 A씨 여자친구의 집에서 함께 잠들었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여자친구는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B씨는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를 했다.
A씨와 A씨의 여자친구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렇게 준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B씨.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B씨가 형사 절차에 따라 처벌받길 바랐다.
그런데 B씨가 돌변했다. 혐의를 부인하기 시작했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방어했다. 이 상황에서 여자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A씨에게 이별을 고했다.
A씨는 법에 맡기는 대신, 자신이 직접 '복수'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복수의 방법은 살인.
지난해 3월, A씨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B씨를 불렀다. 경계하는 B씨를 아무렇지 않은 척 대했다. 함께 옛날처럼 술도 마셨다. 여자친구에게 사과를 하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B씨의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자, 장소를 옮겼다. 근처의 한 모텔에서 술을 더 마시자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옮겼고, A씨는 준비했던 흉기를 B씨에게 휘둘렀다.
모텔 방이 피투성이가 됐다. B씨는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B씨를 흉기로 찌른 횟수가 수십회였다. B씨는 과다출혈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A씨의 복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범행 직후 B씨의 신체 한 부위를 절단해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를 여자친구의 출입문에 걸어 놓았다. 그렇게 한 뒤 여자친구의 집 주차장 근처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어째서 살인 뒤 이런 충격적인 행동을 저질렀을까. 판결문에 따르면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한 것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여자친구는 사건이 벌어진 뒤 A씨에게 이별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A씨는 "헤어질 수 없다"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을 했다.
"헤어지면 B씨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
심지어 칼을 들고 여자친구를 협박해 벌금형으로 처벌받기도 했다. 이런 집착은 점점 심해졌고, A씨가 살인을 저지르기 하루 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널 놓아주겠다. B씨를 죽이고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
그리고 실제 이 말대로 했다.
성폭행 피해자의 남자친구였던 A씨는 살인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돼 법정에 섰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였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징역 20년 실형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재판 내내 "우발적인 살인이었다"고 했지만, 김용찬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B씨를 죽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미리 보냈으며, 주요 신체부위를 절단한 것 등을 바탕을 보면 그렇다고 했다.
이어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준강간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B씨를 살해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처벌하고, 그 피해를 회복할 기회도 없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형량을 정할 때 A씨에게 유리한 점을 한 가지 인정해줬다. '피해자(B씨)가 살인 범행을 강하게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다. A씨가 살인을 저지른 것에 대해 B씨에게도 어느 정도 귀책(준강간 사건)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사망한 피해자에게 범죄(살인)의 귀책 사유가 없다고 봤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비문명⋅비법치 사회에서나 벌어질 법한 사적 보복행위"라며 "고귀한 생명을 도륙했다는 점에서 원심(1심)과 같이 피고인의 형사적 책임을 감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은 우발적 살인이라는 이유로 죄책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A씨의 항소는 기각했고,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A씨에게 징역 25년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지난 2월 대법원(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원심(2심)이 징역 2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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