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녹음, '집행유예'로 끝난 줄 알았는데…더 무서운 '민사소송'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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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녹음, '집행유예'로 끝난 줄 알았는데…더 무서운 '민사소송'이 기다린다

2025. 07. 24 18:4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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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판은 '동기 참작' 선처 가능하지만

'고의의 불법행위' 빚은 파산해도 평생 따라다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 내 따돌림에 시달리던 팀장 A씨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A씨는 2020년 11월, 사무실에 USB 형태의 소형 녹음기를 몰래 두고 동료 직원 5명의 대화를 녹음했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서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감옥만 가지 않으면 된다는 안도감도 잠시, 형사 재판이 전부가 아니었다. 녹음 파일이 공개돼 정신적 고통을 겪은 동료 B씨가 A씨를 상대로 61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형사처벌 피했지만…법원 "300만원 배상하라"

민사 재판의 잣대는 형사 재판과 달랐다. 의정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신진화)는 "피고의 불법녹음으로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결국 개인 파산까지 신청하며 책임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손해배상금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의 채권은 피고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분류돼 면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따른 빚은 파산을 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은 피했지만, 300만 원의 빚은 평생 갚아야 할 족쇄가 된 셈이다.


민사가 더 무서운 이유…“피해자 손해 전보가 목적”

A씨의 사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 책임의 무게가 훨씬 클 수 있다.


형사 재판은 범죄에 대한 국가의 처벌이 목적이기에 범행 동기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와 같은 선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민사 소송은 오롯이 ‘피해자의 손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법원은 불법 녹음 행위를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대해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2016가단5072798,5231719 판결). 형사처벌이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민사 책임의 무게는 전혀 다른 차원인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 ‘집행유예로 끝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평생을 따라다니는 ‘민사 책임’이라는 더 무거운 족쇄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 2023나227525 판결문 (2025. 6. 1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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