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 음식 착각해 범죄자 취급…절도는 무죄지만 항의는 유죄였다
[단독] 배달 음식 착각해 범죄자 취급…절도는 무죄지만 항의는 유죄였다
배달 3건 겹친 '황당한 착각'
법원 "절도 고의성 증명 안 돼", 공무집행방해는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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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을 훔쳤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던 남성이 경찰관을 밀쳐 공무집행방해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배달 음식을 훔쳤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남성이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다 출동한 경찰관을 밀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를 범죄자로 몰았던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훔친 행위는 무죄, 훔치지 않았다고 항의한 행위는 유죄가 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최지연 판사는 절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절도 혐의는 무죄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4년 8월 31일 밤,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자신이 주문한 3만 8천원 상당의 족발이 사라졌다며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탐문 수사 끝에 피해자의 옆집에 사는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경찰관에게 "내가 배달음식을 가져갔다"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B경장이 자세한 경위를 묻자, A씨는 돌연 격분하기 시작했다. A씨는 "XXXX들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해"라고 욕설을 하며 손으로 B경장의 가슴을 3차례 밀어 넘어뜨렸다. A씨는 결국 경찰관의 정당한 112 신고 업무 처리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현장에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햄버거, 떡볶이, 족발…배달 3건이 겹친 그날 밤
A씨는 왜 자신이 음식을 가져갔다고 인정하면서도 범죄자 취급에 분노했을까. 재판 과정에서 황당한 진실이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절도 혐의에 대해 "내가 주문한 떡볶이인 줄 알고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이렇다.
- 20:51 A씨, 햄버거 주문 (결제: 만나서 현금)
- 20:57 A씨, 떡볶이 주문 (결제: 만나서 현금)
- 20:57 피해자 족발 배달 완료 (복도에 놓임)
- 21:09 A씨의 햄버거 배달 도착. A씨는 배달 기사에게 현금을 주고 햄버거를 받았다.
- 이때 A씨는 복도 바닥에 놓인 하얀색 비닐봉투(피해자의 족발)를 발견하고, 자신이 12분 전 주문한 떡볶이로 착각해 햄버거와 함께 집으로 들고 갔다.
- 21:56 A씨가 주문한 진짜 떡볶이가 배달됐고, A씨는 이 역시 현금으로 결제했다.
A씨는 족발을 집에 가져온 뒤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아님을 알았지만, 음식을 먹거나 봉투에서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뒀다고 주장했다.
법원 "절도 고의성 의심되나, 증명 부족"…항의 폭행만 유죄
법원은 절도 혐의에 대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슷한 시간대에 음식 2개를 주문했다"며 "바닥에 놓여있던 족발을 본인이 주문한 떡볶이로 착각하고 가져갔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가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은 점, 경찰관에게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고 족발을 그대로 돌려준 점 등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경찰관을 밀친 행위는 억울함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었다. 재판부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절도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것이 억울하여 자제력을 잃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징역 6개월의 실형 대신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4906 판결문 (2025. 8. 1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