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 수선했을 뿐인데 1500만원 배상?"…대법, 명품 리폼에 새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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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 수선했을 뿐인데 1500만원 배상?"…대법, 명품 리폼에 새 기준 제시

2026. 02. 26 14:40 작성2026. 02. 27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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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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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vs 리폼 업자

루이비통 /연합뉴스

수년간 이어져 온 명품 브랜드와 리폼 업자 간의 법적 공방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개인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명품의 수선을 의뢰하고, 이를 수선해 준 행위는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최초의 법리가 제시된 것이다. 이는 기존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명품 리폼 산업의 법적 불확실성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1,500만원 배상 판결로 위기에 놓였던 리폼 업계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폼 업자 이모 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들로부터 건네받은 낡은 루이비통 가방 등을 해체한 뒤, 그 원단과 부품을 활용해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으로 제작해 주었다. 이 씨가 수선 대가로 받은 금액은 개당 10만 원에서 70만 원 선이었다.


이에 루이비통 측은 이 씨의 행위가 자사 상표의 출처 표시 및 품질 보증 기능을 훼손하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2022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가방의 원래 소유자에게 리폼 제품을 다시 인도하는 행위를 상표법상 '상품에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선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2. 선고 2022가합513476 판결)과 2심(특허법원 2024. 10. 28. 선고 2023나11283 판결)은 모두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리폼된 제품이 교환 가치를 지녀 중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독립된 상거래 목적물이며, 일반 수요자가 해당 제품을 루이비통 정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씨에게 리폼 제품 제조 금지와 함께 1,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 "개인 사용 목적 리폼은 상표 사용 아니다"

그러나 지난 26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소비자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와 리폼 업자의 수선 행위를 보호하는 새로운 법적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리폼 업자가 소유자로부터 개인적 사용을 전제로 주문을 받아 변형·가공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상표의 본질적 기능인 '출처 표시'를 위한 사용이 아니므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순수한 수선 행위 자체를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모든 리폼이 허용되는 것은 아냐…대법원이 제시한 4가지 기준

다만 대법원은 모든 리폼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리폼 업자가 실질적으로 리폼 과정을 지배하고 주도하면서 결과물을 자신의 제품처럼 거래 시장에 유통했다고 평가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명백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기 위해 다음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리폼의 경위 및 내용, 최종 의사 결정의 주체: 소유자가 구체적인 디자인을 결정했는가, 아니면 업자가 정해진 모델을 제시하고 생산을 주도했는가.


  • 리폼 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순수한 수선 용역의 대가인가, 아니면 새로운 제품 판매 대금의 성격인가.


  • 리폼에 사용된 재료의 출처: 소유자의 물건 외에 업자가 제공한 새로운 재료가 상당 부분 투입되었는가.


  • 리폼 제품의 유통 여부 및 방식: 업자가 리폼 제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광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통했는가.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 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명시하여, 향후 분쟁에서 리폼 업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한, 만약 명품 소유자가 개인 사용이 아닌 유통을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하고 리폼 업자가 이를 알면서도 가담했다면, 양측 모두 상표권 침해의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했다.


리폼 산업의 새 이정표…세계가 주목한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내려진 것으로, 명품 리폼 및 업사이클링 산업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의를 지닌다.


사건을 돌려받은 특허법원은 향후 대법원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따라 이 씨의 행위가 실질적인 생산·유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시 심리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개인의 합리적인 소비 활동과 리폼 산업의 영역, 그리고 상표권자의 권리가 새로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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