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공개 인스타 저격글, 학폭 증거될까?…법원 "심증만으로 단정 못 해"
[단독] 비공개 인스타 저격글, 학폭 증거될까?…법원 "심증만으로 단정 못 해"
누적된 욕설·언어폭력은 중징계 사유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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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비공개 SNS 글만으로는 학교폭력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지속적 언어폭력을 이유로 고교생의 ‘학급교체’ 처분을 인정했다. /셔터스톡
같은 반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욕을 하던 고등학생이 비공개 SNS에 올린 저격성 글이 학교폭력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게시글 하나만으로는 학교폭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그간의 행실을 종합해 '학급교체'라는 중징계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교실에서 시작된 욕설, SNS로 번진 갈등
경상남도의 한 고등학교 1학년 A양과 B양은 같은 반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A양은 학기 초부터 B양에게 "공부도 XX 못하는데 어떻게 왔냐", "XX아" 등 모욕적인 욕설을 수차례 퍼부었다. B양이 그만하라고 정색해도 A양의 언어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갈등은 6월 중순 급식 시간에 폭발했다. A양은 반 친구들에게 "B랑 다이 깰 거다", "개팰 거다"라며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B양이 이유를 묻자, A양은 "그냥 니가 X같다. 니 존재 자체가 X같다"는 폭언으로 답했다.
사태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으로 번졌다. A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비공개 스토리'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아 또 사람같지도 않은 XX를 사람 취급해야 하나, XX 학교 가기 싫다"
결국 B양은 A양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A양의 욕설과 SNS 저격글 등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인정해 '학급교체' 처분을 내렸다. A양은 "SNS 게시물은 피해학생을 저격한 것이 아니다"라며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인스타 저격글, 증거 불충분"
이번 재판의 핵심은 A양이 비공개 스토리에 올린 글이 B양을 겨냥한 '사이버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양 측은 "피해학생을 암시하는 표현이 없고, 'XX들'이라는 복수형을 사용했다"며 B양을 겨냥한 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A양의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방법원 구민경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A양)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은 피고(교육지원청)가 처분사유로 삼은 내용과 유사하다"면서도, "원고가 피해학생을 저격하기 위한 내용의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비공개로 올렸고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은 이상, 심증만으로 B양을 저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SNS 게시물 하나를 학교폭력의 직접적인 증거로 삼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학급교체'가 정당한 이유
SNS 저격글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법원은 A양에 대한 '학급교체' 처분이 정당하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법원은 A양이 B양에게 지속적으로 행한 언어폭력만으로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높고,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가 낮아 학급교체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학폭위가 A양의 폭력성 점수를 총 14점으로 매겼는데, 이는 '학급교체'(13~15점)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결국 SNS 저격글이 아닌,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언어폭력이 A양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2024구단11922 판결문 (2025. 6. 2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