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빼돌린 경남은행 전 간부의 35년 철창행, 무엇이 법원의 ‘역대급 중형’을 불렀나
3천억 빼돌린 경남은행 전 간부의 35년 철창행, 무엇이 법원의 ‘역대급 중형’을 불렀나
14년간 3089억 원 빼돌린 대담한 범죄
금융 신뢰 무너뜨린 대가는 35년 징역형

전 경남은행 간부가 횡령자금으로 환전한 골드바. /서울중앙지검
14년간 3천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 간부에게 징역 35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이는 금융 범죄 역사상 손에 꼽힐 만한 거액의 횡령 사건으로, 법원은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례적인 수준의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3) 전 경남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공범 황모(54) 전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징역 10년과 추징금 11억 원이 확정됐다.
14년간 이어진 대담한 범죄, 수법은 치밀했다
이씨의 범죄는 무려 14년에 걸쳐 대담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 그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3,089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렸다. 범행 수법은 다양했다. 시행사 직원을 사칭해 대출 서류를 꾸며 돈을 빼돌리거나, 출금 전표를 위조해 페이퍼컴퍼니로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시행사가 은행에 갚은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까지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러한 이씨의 행위가 명백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 소유의 재산을 사적인 용도로 함부로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대법원 2019도9773 판결).
징역 35년, 왜 이런 중형이 선고됐나
유기징역의 상한은 본래 30년이지만, 법률상 형을 가중할 경우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씨에게 35년이라는 중형이 내려진 배경에는 특경법이 있다. 특경법은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0억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한다(특경법 제3조).
법원은 이씨의 범죄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우 죄질이 나쁘다고 보았다.
- 압도적인 범죄 규모: 횡령액이 3000억을 넘어 특경법상 최고 수준의 처벌 대상이었다.
- 장기간에 걸친 계획성: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출금전표 위조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을 이어갔다.
- 심각한 사회적 해악: 금융기관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고,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법정형의 상한에 가까운 중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행을 도운 공범 황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된 것과 비교해도, 범행을 주도하고 단독으로 800억 원 이상을 추가 횡령한 이씨의 책임이 훨씬 무겁게 평가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씨의 징역형은 확정하면서도 추징금은 다시 계산하라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압수된 금괴의 가치를 산정하는 시점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추징할 물건의 가액 산정은 재판 선고 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금과 같이 시세 변동이 큰 자산의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느냐에 따라 추징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