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노린 아이돌, 녹음 파일까지 확보했는데…경찰 실수 탓 '황당 무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병역기피 노린 아이돌, 녹음 파일까지 확보했는데…경찰 실수 탓 '황당 무죄'

2025. 11. 10 18:2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어머니 보험사기 수사 중 '별건' 통화녹음 확보

법원 "참여권 보장 안 해, 위법수집증거"

공범 지목된 모친·간호사도 모두 무죄

병역 감면을 노리고 허위 진료기록을 만든 혐의로 기소된 유명 아이돌과 어머니, 간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 중인 연예인 A씨가 병역의무를 감면받기 위해 진료기록을 조작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이 모두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판단했다.


창원지방법원 이현주 판사는 병역법 위반,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A씨와 그의 어머니 B씨, 간호사 C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허리 디스크 4급' 노린 아이돌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같은 그룹 멤버가 추간판탈출(디스크)로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자 병역 감면을 시도했다.


A씨는 어머니 B씨와 공모했고, B씨는 평소 알던 간호사 C씨에게 "아들이 군대에 가는데 진료기록이 필요하다"며 '허리통증, 디스크 협착' 증상의 허위 진료기록을 부탁했다. C씨는 2021년 5월, 의사의 아이디로 병원 시스템에 무단 접속해 A씨가 4차례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기록을 생성했다.


A씨는 이 위조된 진료기록을 이용해 다른 병원에 입원한 뒤, 병무청에 위조 기록과 입원 소견서 등을 제출해 2021년 6월 17일 자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증거 능력 없다"…모두 무죄, 왜?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도 전에, "증거 자체가 불법"이라며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모든 증거의 시작, 즉 위법수집증거가 된 것은 경찰의 '별건 수사'였다.


'보험사기' 수사에서 나온 병역비리 녹음파일

경찰은 2022년 9월, A씨의 어머니 B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며 B씨의 휴대전화를 1차 영장으로 압수했다.


그런데 이 휴대전화를 분석하던 중, 보험사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2021년 5월 20일 자 통화 녹음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이 파일에는 아들 A씨가 어머니 B씨에게 "공익(사회복무요원)을 시도해 본다", "아는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원은 이 통화 녹음이 1차 영장의 혐의사실(보험사기)과 무관한 '별건 증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이런 증거를 우연히 발견하면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범죄 혐의(병역법 위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2022년 9월경 녹음파일을 확보하고도 2023년 3월 16일 병역법 위반 내사에 착수할 때까지 영장 없이 파일을 계속 보유하며 수사의 단서로 사용했다.


2차 영장도 절차 위반…참여권 불보장

경찰은 뒤늦게 2023년 4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2차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다시 탐색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2차 압수·수색 역시 위법하다고 봤다. 별개의 범죄 혐의로 다시 압수·수색을 할 때는, 휴대전화의 주인인 B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했어야 하는데, 이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피압수자(B씨)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수집된 모든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다. 법원은 A씨와 B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들(병무청 자료, 관련자 진술, A씨와 B씨의 법정 진술 등)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거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