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짜리 무빙워크 소송, 홈플러스 매각 운명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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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억짜리 무빙워크 소송, 홈플러스 매각 운명 가른다

2025. 08. 21 16:2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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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빼는 홈플러스 vs '원상복구' 건물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년간 쓰던 무빙워크를 모두 뜯어가라.” 홈플러스의 대규모 점포 폐쇄 결정이 9000억 원대 '원상회복' 소송전으로 번지며, 회사 매각 작업 전체를 거대한 암초 위로 밀어 올렸다.


“계약서는 절대적”…건물주의 창(槍), ‘원상회복 의무’

분쟁의 포문은 서울 잠실점에서 열렸다. 홈플러스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건물주 측은 “영업 편의를 위해 설치한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 등 모든 시설을 철거하고 나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과거 계약 당시 시설의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명시했다”며 “이 시설들을 그대로 두고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건물주가 휘두르는 법적 칼날은 민법 제654조, ‘원상회복의무’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은 빌린 공간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대법원 역시 “임대인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됐더라도 이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어, 건물주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되사 가시오”…홈플러스의 방패, ‘부속물매수청구권’

이에 맞서는 홈플러스의 방패는 민법 제646조, ‘부속물매수청구권’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해, 계약 종료 시 임대인에게 “이것을 되사 가라”고 청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리다.


홈플러스는 “이 권리가 존재하므로 철거 의무가 없거나, 설령 과거 계약서에서 이 권리를 포기했더라도 원상회복 의무는 면제하기로 상호 합의된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양측의 운명은 과거 계약서에 적힌 ‘임대인의 동의’ 여부와 구체적인 문구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리게 됐다.


인수자에겐 9000억 ‘폭탄 돌리기’…매각 성패 가를 뇌관

이 법적 다툼이 홈플러스 매각의 성패를 가를 뇌관으로 떠오른 이유는 천문학적인 액수 때문이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이 분쟁으로 홈플러스가 떠안을 수 있는 잠재적 빚, 즉 ‘미확정부채’를 무려 9000억 원대로 산출했다.


인수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 수천억 원을 주고 회사를 샀는데, 재판 결과에 따라 9000억 원의 빚더미를 추가로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거대한 리스크는 매각 가격 협상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거나, 최악의 경우 매각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유통 편의의 상징이었던 무빙워크가, 이제는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9000억 원짜리 족쇄가 되어 홈플러스의 운명을 시험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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