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내면 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1995년, 자유를 꿈꿨던 소녀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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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내면 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1995년, 자유를 꿈꿨던 소녀들의 절규

2025. 07. 25 10:2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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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참사 재조명

진실화해위 결정 있다면 국가배상 소송 가능성

생성형 AI로 만든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자유를 찾으려 붙인 불길이 37명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벌어진 참사로, 쇠창살에 갇혔던 학생들은 희생됐지만 열쇠를 쥔 어른들은 살아남았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 비극의 법적 책임을 다시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은 1995년 8월 21일 새벽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사건을 재조명했다. 당시 학원에는 가출했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13세부터 33세까지의 여성 130여 명이 머물고 있었다.


'학원'이라는 이름의 수용소, 탈출구는 방화뿐

이름은 '학원'이었지만 실상은 수용소에 가까웠다. 로엘 법무법인 신영재 변호사는 "보호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사회와 단절시킨 채 사실상 감금 상태로 둔 곳"이라고 설명했다.


편지 검열은 물론, 창문에는 쇠창살이 박혔다. 청원경찰과 경비원들이 상주하며 탈출을 막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 등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자격증 취득률은 20%에 미치지 못하는 등 교육 역시 형식적이었다.


신 변호사는 "지금이라면 감금, 폭행,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강력히 처벌받을 사안이지만, 당시에는 인권 감수성과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갇혀 있던 학생들은 "불을 내면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탈출을 계획했다. 1995년 8월 21일 새벽, 여러 방에서 동시에 커튼 등에 불을 붙였다.


잠긴 문, 꺼진 경보기…어른들은 외면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재경보기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직원이 며칠 전 꺼둔 상태였고, 소화기는 굳어 작동하지 않았다.


참혹한 상황 속에서 학원 측의 대응은 비상식적이었다. 신 변호사는 "뒤늦게 열쇠를 들고 온 사감은 혼자만 탈출했고, 화장실로 대피했던 학생들은 다시 잠긴 문을 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생존자들은 "사감만 나간 뒤 문을 다시 잠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밖으로 도망 나오던 학생들을 청원경찰이 몽둥이를 들고 강당으로 다시 들여보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화재로 학생 37명이 질식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사망자와 부상자 중 학원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건 이후 불을 지른 학생 16명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구속돼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졌다. 반면, 학원 원장과 직원들은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30년 지난 비극, 지금이라도 배상받을 길 있나

사건 발생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책임 규명과 배상의 길은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이다.


신 변호사는 "과거 유사한 여성수용시설이었던 '평택여자기술양성원' 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가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고 이를 근거로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새롭게 진행된다는 대법원 판례 덕분이다.


신 변호사는 "경기여자기술학원 사건 역시 진실화해위에서 인권침해로 인정받는다면, 지금이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소멸시효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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