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와 유예투성이 중대재해법⋯이 법대로라면 1748명 중 단 182명만이 피해자가 된다
예외와 유예투성이 중대재해법⋯이 법대로라면 1748명 중 단 182명만이 피해자가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산업재해 사고 정말 막을 수 있을까
지난해 경향신문이 1면 보도한 '산재 사망자' 명단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748명 중 1517명(86.8%)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로톡뉴스는 산재 사망자 명단을 바탕으로 이번에 통과된 법안으로 몇 명이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 취재했다. /2019년 11월 21일자 경향신문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N〇〇(32⋅깔림/뒤집힘), 윤〇〇(54⋅떨어짐)⋯.'
2019년 11월 21일자 경향신문 1면은 1200명의 이름으로 메워졌다. 모두 현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였다. 매일 3명이 원시적 사고로 죽고 있다는 보도는 당시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이후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회는 "안전 의무를 어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해 안전한 현장을 만들 첫걸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 말 그대로 근로자들을 위한 강력한 보호 장치가 생긴 걸까.
로톡뉴스는 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졌을 때 이 '명단' 중 몇 명이나 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취재했다. 그 결과 이들의 '86.8%'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갖가지 '제외'와 '유예' 규정으로 법망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2년간 발생한 사고(떨어짐⋅끼임 사고 등)에 대해 현재 확인된 전체 산재 사망자는 1748명이다.
하지만 이 1748명 중 752명(43%)은 앞으로도 영영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①). 이들은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다. 그런데 이번 중대해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제3조⋅적용범위).

765명(43.8%)도 앞으로 최소 3년 동안 이 법에 적용되지 못한다(②). 이들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다. 그런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역시 공표 후 3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부칙 제1조⋅시행일).
결국 1517명(①+②⋅86.8%)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 확실한 보호 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이들뿐이다. 모두 합해 182명으로 전체의 10.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년 뒤부터다. 법의 시행 시기가 공표 후 1년이기 때문이다.
처음 법안이 만들어질 때부터 공백이 나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6월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이후 정부와 국회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소규모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이 어렵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에 대해 직장갑질 119의 윤지영 변호사는 "기업이 법망을 빠져나갈 기회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윤 변호사는 "서류상으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법인을 쪼개고, 사업자 등록을 하나 더 내고, 직원 중 일부만 고용보험 신고를 하는 등의 꼼수가 넘쳐난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태가 법망을 빠져나갈 기회를 주고, 그래서 자기들이 만든 법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임을 자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