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으로 수업하고, 교재 안 샀으면 수업 듣지 말라며 쫓아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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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으로 수업하고, 교재 안 샀으면 수업 듣지 말라며 쫓아낸 교수

2021. 09. 10 19:26 작성2021. 09. 27 16: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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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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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없으면 수업 못 듣는다며, 퇴장 요구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사전 공지도 없이 카카오톡으로 수업 진행하고, "수업 망치지 말고 나가라" 요구하기도

해당 글이 사실이라면? 변호사와 문제점들을 분석해봤다

전북대학교의 한 교수가 자신의 교재를 구매하지 않으면, 수업도 들을 수 없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강제로 수업에서 쫓겨난 학생들은 학교 측에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 상황. 그런데 이런 수업 거부, 정당한 행위일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교재를 구하지 않은 건 대단한 무례입니다."


"나가지 않고 버티면 큰일 치를 겁니다. 다 결석 처리할 거니까 어차피 F예요."


전북대학교 모 교수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이,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을 뜨겁게 달궜다. 자신이 집필한 교재를 구매하지 않으면, 수업도 들을 수 없다는 교수의 선언. 일부 학생이 끝까지 수업에 참여해보려고 교수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대답할 자격이 없다"고 면박을 줬다.


심지어 해당 수업은 온라인 비대면 화상수업으로 진행되는 걸 넘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안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학생들로선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었다. 이미 수강 정정 기간까지 모두 끝난 시점인 데다, 전공수업인 만큼 학점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학교 측에 항의도 해봤지만, 오히려 해당 교수의 처사가 정당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업에 복귀하고 싶다면, 교재를 구매하고 수업 방식 불만에 대해 사과하라"라고 공지한 것.


오픈 채팅으로 수업을 하며, 책이 없으면 수업도 듣지 말라는 교수와 전북대의 황당한 주장.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을 바탕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교수에게 강의 재량 있지만⋯교재 안 샀다고 수업 거부? 명백한 학생 수업권 침해

이 사례를 검토한 변호사들은 "수업 담당 교수에게 강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교수에게 강의 재량 권한이 있다면, 학생에게도 수업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수업의 방식이나 내용은 교수의 재량이니, 경우에 따라서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만일 교수의 행위가 재량을 벗어난 경우라면, 학생이 학교에 교수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역시 학생의 수업권 침해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동찬 변호사는 "수업을 적극 참여하려는 학생에게 '방해가 된다'고 하고, 교재를 구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업을 거부한 것은 교수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전했다.


광덕안정 구로 법률사무소의 문건일 변호사는 "수업 방식을 획일적으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에게 재량권이 주어진다"면서도 "교재 일부를 PPT 자료로 제공하는 등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데도, 교재 구매만을 강요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교수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지난 8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는 전북대에서 해당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한 학생의 후기가 올라왔다. /에브리타임 캡처
지난 8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는 전북대에서 해당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한 학생의 후기가 올라왔다. /에브리타임 캡처


교재 구매는 수업 듣는 학생의 본분? 그래도 강매하는 건 문제 있다는 법원

실제로 자신의 교재를 구매하도록 학생들에게 강권한 교수에 대해서 징계가 인정된 판례도 있었다. 지난 2019년 대구지법 경주지원(재판장 백정현 부장판사)에선 6가지 징계 사유로 파면 처분을 받은 교수에 대해서, 그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표절부터 횡령까지 다양한 이유로 대학에서 징계를 받은 교수. 그중에는 학생들에게 수업 교재를 강매한 행위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이 집필한 부교재를 사야 수업을 듣고,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이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원고의 말을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수업을? 총장에게 사전 승인 안 받았다면 학칙 위반 소지

이번 사건에서 교수는 수업을 줌(ZOOM) 등 화상수업이 아니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진행했다. 전북대 학칙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는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해당 학칙에 따르면 전북대의 수업 방식은 총장이 별도로 정한다(제67조 제2항). 또한 수업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비대면 강좌를 운영하는 경우엔 △총장의 사전 승인과 △강의계획서의 기재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학생들은 이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수업'을 갑자기 통지받았다고 주장한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광덕안정 구로 법률사무소'의 문건일 변호사. /로톡뉴스 DB·문건일 변호사 제공
(왼쪽부터)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광덕안정 구로 법률사무소'의 문건일 변호사. /로톡뉴스 DB·문건일 변호사 제공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학칙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 이에 대해 문건일 변호사는 "실제 교수가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학생들은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등록금을 냈을 때 기대한 교육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대학 측에 채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임원택 변호사도 "인정받는 게 쉽진 않겠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며 "1회성이 아니라 한 학기 내내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인정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했다.


해당 절차가 지켜졌는지 여부에 대해 로톡뉴스는 10일 전북대 측에 문의했으나,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그것까지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구역질 난다" "강의 망치고 있다" 모욕죄 성립할 수 있는 발언들

또한, 해당 교수는 오픈채팅방에서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답변에 대해 "구역질 난다" "강의를 망치고 있다"는 등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들을 했다. 이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동찬 변호사는 "형법상 모욕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형법(제311조)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다. ① 다수의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에서(공연성) ②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특정성) ③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하면 그 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다수의 학생들이 있는 오픈채팅방(①)에서 대답을 한 학생(②)을 향해 "구역질 난다" 등의 발언(③)을 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한다.


문건일 변호사도 위 의견에 동의했다. 이어 그는 "판례에 따르면 모욕이란 모멸적인 언사를 사용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경멸하는 추상적 판단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은 모욕에 해당할 확률이 낮으나, '구역질 난다'와 '강의를 다 망치고 있다'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전북대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특별히 입장 낼 것이 없다"며 "다만, 수업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이 강한 분이라 원칙대로 미리 수업을 준비하라고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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