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식 안된다고 편의점 냉동고에 '라면 테러'…경찰 "죄 안돼", 정말일까
취식 안된다고 편의점 냉동고에 '라면 테러'…경찰 "죄 안돼", 정말일까
편의점 취식 제지에 끓인 라면 쏟아부어
냉동고 상품 전부 폐기 위기

'취식 불가' 안내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냉동고에 라면 국물·면발 쏟는 모습. /JTBC 사건반장 유튜브 캡처
편의점에서 라면 취식을 제지당하자 끓인 라면을 통째로 냉동고에 쏟아붓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재물손괴나 영업방해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초기 의견을 냈지만,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사 처벌이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사건은 경기도 평택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졌다. 남녀 한 쌍이 컵라면을 구매한 뒤 매장 내에서 먹으려 하자, 직원은 "저희 매장은 취식이 안 된다"고 안내했다. 손님들은 알겠다고 답하며 계산을 마쳤지만, 이내 매장 구석 상자 위에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해당 상자에는 판매용 물건이 들어있어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었다.
직원이 재차 제지하자 남성은 라면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뒤따라 나가던 여성이 돌연 냉동고 앞으로 가더니, 들고 있던 라면의 국물과 면발을 냉동고 위에 전부 쏟아부었다. 라면 국물은 냉동고 안으로 스며들어 안에 있던 상품들까지 오염시켰고, 점주는 상품 전체를 폐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경찰 "재물손괴 어렵다"…판례와 다른 판단
점주는 카드 결제 내역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경찰의 초기 답변은 뜻밖이었다. "재물손괴죄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는 재물손괴죄의 법리를 너무 좁게 해석한 판단이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리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성립한다.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물리적으로 부수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일시적으로 그 물건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7도18807 판결).
이번 사건에서 여성의 행위로 냉동고는 본래 기능인 '식품 위생 보관' 역할을 일시적으로 상실했다. 청소와 상품 폐기가 이뤄지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재물의 효용을 해한 행위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물손괴 아니면 처벌 불가? '경범죄'와 '민사 책임' 남아
다만 업무방해죄 적용은 다소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냉동고 하나를 오염시킨 행위가 편의점 전체의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위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물손괴죄가 아니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행동은 경범죄처벌법상 '인공구조물 오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인공구조물을 함부로 더럽히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점주는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냉동고 청소 비용 ▲폐기된 상품 가액 ▲청소 기간 동안의 영업 손실 등을 계산해 여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