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카레 못 먹어요" 알림장 썼지만 배식…수치 3배 뛴 아이의 알레르기 책임은?
"오늘 카레 못 먹어요" 알림장 썼지만 배식…수치 3배 뛴 아이의 알레르기 책임은?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부주의하게 제공
어린이집 측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법원 "보육교사로서 주의의무 위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3살 아이. 부모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며 알레르기 사실을 알리고, 먹을 수 없는 음식 명단까지 꼼꼼히 챙겨 교사에게 건넸다.
매일 아침 알림장을 통해 식단표를 확인하며 신신당부했지만, 부모의 우려는 끝내 현실이 됐다. 보육교사는 세 차례나 아이에게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제공했고, 결국 아이의 알레르기 수치는 치솟고 말았다.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인천지방법원 봉지수 판사는 피해 아동과 부모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오늘 식단표에서는 카레 못 먹어요" 부모의 경고 간과한 교사
사건은 2019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만 3세였던 아이는 우유 알레르기를 앓고 있어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받고 있었다. 부모는 등원 초기부터 보육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사고는 거듭 발생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인정한 교사의 뼈아픈 실수는 크게 3가지였다.
명시적 경고에도 카레 제공
부모는 그날 식단표에 카레라이스가 있는 것을 보고 알림장에 "오늘 식단표에서는 카레라이스 못 먹어요"라고 명확히 적었다. 그러나 보육교사는 이를 간과하고 아이에게 카레를 제공했다.
우유 섞인 미숫가루 제공
간식으로 미숫가루가 나오는 날, 부모가 알림장에 "오늘은 못 먹는 거 없어요"라고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당 간식은 우유에 미숫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었고, 보육교사는 이를 알면서도 아이에게 먹였다.
식단표에 없던 치킨 너겟 제공
원아들의 생일잔치 날, 식단표에 없던 치킨 너겟이 간식으로 나왔다. 닭고기에 입히는 반죽과 조미료에는 대부분 우유 성분이 포함되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었지만, 보육교사는 이를 간과하고 아이에게 너겟을 주었다.
결국 아이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약물치료를 받거나 집에 있던 약을 복용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이의 몸 상태였다. 등원 직후인 3월 검사에서 6.75KU/L였던 아이의 '카제인(우유 단백질) 특이 IgE 농도'는 이듬해 6월 검사에서 19.8KU/L로 무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법원 "알레르기 악화와 인과관계 인정"
재판부는 보육교사와 사용자인 원장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다.
봉지수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음식 알레르기를 가진 원아이므로, 피고는 그의 보육교사로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지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부모의 명시적인 경고가 있었거나, 우유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음식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어린이집 측 과실과 아이의 알레르기 수치 상승 사이의 연관성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특정 알레르기 항원에 자주 노출될수록 농도가 증가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감작도(알레르기 반응 민감도)의 상승은 지속적인 원인 음식물 노출과 관련이 있다"며 "이 사건 사고와 카제인 수치 상승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총 700만 원 배상 판결
다만, 재판부는 손해배상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부모 측이 청구한 50여만 원의 검사비 및 진료비에 대해서는 "사건 이전부터 받아오던 정기검사의 일환으로 보이고, 사건 발생 시점과 검사 시점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해당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 교사가 평소 기울였던 긍정적인 노력도 참작 사유로 언급됐다.
재판부는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는 보육 기관에 불과하며, 교사가 약 7개월간 부모에게 아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꾸준히 묻고, 비닐장갑을 끼워 접촉을 피하게 하거나 별도의 간식을 주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인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가 공동하여 아이에게 500만 원, 두 부모에게 각각 100만 원씩 총 7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