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의 바지 벗기부터 명치 폭행까지…지옥 같은 밤길, 여성 대리기사들의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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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의 바지 벗기부터 명치 폭행까지…지옥 같은 밤길, 여성 대리기사들의 '탈출기'

2026. 08. 24 11:2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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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여성 기사들, 생존 위해 '여자만세' 결성

밀폐된 공간 속 성희롱·폭행 무방비 노출

플랫폼은 '고객 편'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이 심야 차량 안에서 성희롱과 폭언, 폭행 위험에 노출되고 있지만 플랫폼 보호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셔터스톡

단돈 2,000원의 경유 추가 요금 때문에 밀폐된 차량 안에서 살벌한 욕설이 쏟아진다. 심야 시간대, 취객과 단둘이 남겨진 대리운전 기사에게 이 좁은 공간은 언제 범죄 현장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감옥이다.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대리운전 노동자, 특히 여성 기사들이 직면한 참혹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타인의 귀갓길을 책임지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안전과 귀갓길을 걱정해야 하는 모순적인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접대부 취급에 성희롱까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공포


대리운전은 기본적으로 주취자를 상대하는 감정 노동의 최전선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폭언과 무례를 겪지만, 여성 기사들은 성희롱과 신체적 위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한 9년 차 여성 대리운전 기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밤에 일하는 접대 여성처럼 생각하시는 경우들이 너무 많다"며 "손님이 취기가 많을 때는 온몸의 세포가 다 긴장해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뒷좌석 승객이 과격한 행동을 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어, 파란불이 계속 이어져 빨리 주차할 곳이 나타나기만을 바들바들 떨며 기도하는 것이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처법이다.


실제로 운행 중인 차량 내에서 벌어지는 승객 난동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


최근 대리운전 중 뒷좌석 취객이 갑자기 바지를 벗고 있거나, 조수석에 앉은 승객이 여성 기사의 명치를 때려 경찰이 출동하는 아찔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 출동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더라도, 신체적·정신적 피해와 트라우마는 고스란히 기사 몫으로 남는다.


논밭과 산길 헤매며 "여기 어떻게 탈출해요"


승객들의 꼼수도 기사들을 사지로 몬다.


외진 곳은 배차가 잘되지 않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 목적지를 면사무소 등으로 뭉뚱그려 지정한 뒤 막상 도착하면 "내가 알려주는 길대로 더 가라"며 10km 이상 더 깊숙한 오지로 운전을 강요하는 식이다.


이런 외진 곳에 떨어지면 기사들은 택시조차 부를 수 없어 산길이나 수로, 논밭을 1시간 이상 걸어 빠져나와야 한다. 콜 취소가 누적되면 계정이 정지되어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는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이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대리운전 노동자 공동체인 '카부기공제회' 내 여성 모임 '여자만세' 소속 50여 명의 기사들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서로의 안전망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외지로 향하는 콜을 받으면 캡처본을 공유하고, 베테랑 기사들이 "그곳은 외져서 빠져나오기 힘드니 가지 마라"고 말리거나 "나올 수 있는 루트는 이러하다"며 이른바 '탈출 지도'를 해주는 실정이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전용 쉼터 마련 절실


피해를 호소할 창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차적 관리 주체인 플랫폼은 대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고객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해 법적 대응을 하려 해도 시간과 비용 장벽이 높고, 운전 중 즉각적인 녹음이 불가능한 상황이 많아 증빙마저 쉽지 않다.


결국 노동 환경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심야 여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호소 및 심리 치유가 가능한 '여성 전용 지원 센터'와 '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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