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던 주가 살린 쿠팡 김범석의 '지각 사과'… 3개월 늦은 사과가 양날의 검인 이유
폭락하던 주가 살린 쿠팡 김범석의 '지각 사과'… 3개월 늦은 사과가 양날의 검인 이유
유출 3개월 만의 육성 사과

쿠팡 김범석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3개월 만에 육성 사과를 내놓자 주가는 반등했다. /연합뉴스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지각 육성 사과가 폭락하던 주가를 살려냈지만, 향후 법정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2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쿠팡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하고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는 성적표가 발표되자 주가는 3.8%가량 곤두박질쳤다. 실적 악화의 주원인은 3개월 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였다.
추락하던 주가 흐름을 바꾼 건 김범석 의장의 목소리였다. 김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에게 끼친 심려와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사고 발생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육성 사과를 전했다. 이어 "고객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일이 없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진심 어린 메시지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낙폭은 0.8%까지 급격히 줄어들며 반등했다. 시장의 신뢰는 회복했지만, 법조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기업 총수의 사과 발언이 향후 이어질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안합니다"가 곧 "법을 어겼습니다"는 아니다
우선 김 의장의 사과가 곧바로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자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이번 발언은 구체적인 위법 행위 인정이라기보다, 도의적 유감 표명과 경영상 위기관리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제기할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불리한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유출 사고가 나면, 기업이 스스로 "우리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김 의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사실은 원고(피해자) 측이 "쿠팡이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했다"는 과실 정황 증거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 3개월의 공백… 징벌적 손해배상 키울 수도
법적으로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은 사과 타이밍이다.
현행법은 기업의 중대한 과실로 정보가 유출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어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 중 하나가 기업이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한 정도다. 김 의장이 사고 발생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야 첫 육성 사과를 내놓았다는 점은 "피해 구제를 위한 초기 대응과 노력이 미흡했다"는 뼈아픈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은 모습 보이겠다" 약속은 감형 방패
반면, 이 사과는 법적으로 쿠팡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도 있다. 법원이 위자료를 산정하거나 형사 처벌 수위를 정할 때 사후 조치와 반성은 핵심적인 감경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재발 방지 의지를 천명한 것은, 피해 확산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는 향후 행정당국의 제재를 방어하거나,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김 의장의 육성 사과는 주가를 방어하는 데는 즉각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법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유리함과 불리함이 혼재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3개월 뒤늦은 사과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쿠팡이 사과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보안 시스템 개선과 피해 보상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게 실행해 법정에 증명해 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