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 캄보디아 비극, 국내 모집책에 '살인죄' 물을 수 있나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 캄보디아 비극, 국내 모집책에 '살인죄' 물을 수 있나
'취업 사기'의 끝은 고문과 죽음… 캄보디아 살인, 국내 공범 처벌 수위는?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경북경찰청 홈페이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해,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순 사기 가담자를 넘어, 해외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 범죄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캄보디아서 벌어진 범죄, 국내 법정 세우는 근거는?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모두 내국인이다. 범죄 행위 대부분이 캄보디아에서 발생했지만, 우리 형법은 이들을 처벌하는 데 법리적 공백을 두지 않는다. 우선 형법 제3조의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저지른 범죄는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설령 공범 중에 외국인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형법 제6조의 보호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또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의 일부, 즉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대포통장 모집 행위와 기망 행위가 국내에서 시작되었으므로 형법 제2조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서도 우리 사법당국은 명백한 재판권을 가진다.
적용 혐의의 스펙트럼, '단순 사기'에서 '강도살인'까지
경북경찰청에 검거된 모집책들에게 우선 적용될 혐의는 명확하다.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는 거짓 명분을 내세워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출국시킨 행위는 전형적인 취업사기 수법으로,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필수적인 대포통장을 모집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단순 가담자가 아닌,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활동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114조(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가 적용될 수 있다. 피해자 가족에게 "A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요구한 사실은 공갈죄 혐의를, 현지에서 감금 피해가 잇따랐다는 점은 감금죄 혐의를 추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 쟁점: '살인의 예견가능성'… 형량 가를 분수령
이번 사건의 법적 처벌 수위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쟁점은 국내 모집책들에게 강도살인죄(형법 제338조) 또는 강도치사죄(형법 제337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명시했고, 유족에게 거액을 요구한 사실이 있어 강도 범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뚜렷해 보인다.
관건은 국내 모집책들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미리 공모했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하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피해자를 해외로 보내면 감금, 폭행, 고문 등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살인 행위의 공동정범 또는 최소한 방조범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 판례(서울고등법원 2024. 4. 12. 선고 2023노3553)는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해 들은 공범에게 강도살인죄의 공모를 인정한 바 있다.
만약 '공모 또는 예견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강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강도치사죄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 경우 재판부는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의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모집책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강도살인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 사기, 범죄단체가입, 공갈 등의 혐의가 병합되어 징역 3년에서 7년 사이의 형이 예상된다.
남겨진 과제: 국제공조와 피해자 구제
한 젊은이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극히 중대한 결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과 국내 모집책들 간의 구체적인 지시 관계와 범죄수익 분배 내역 등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두 달째 타국에 방치된 피해자의 시신을 조속히 송환하고 유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 수사 체계 강화와 대포통장 유통 근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