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도 멈춰야 하나?…'민간 5부제' 강제 가능한가, 법적 근거 파헤쳐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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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도 멈춰야 하나?…'민간 5부제' 강제 가능한가, 법적 근거 파헤쳐보니

2026. 03. 30 19:52 작성2026. 03. 31 08:43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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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대응 명분 속 국민 기본권 제한 논란

24일 경기도 군포시청에서 관계자가 25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앞두고 차량에 안내문을 놓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하며 에너지 위기 대응에 나섰다.


나아가 정부는 위기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일반 국민의 차량 운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민간 차량 5부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국가가 개인의 차량 운행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과 이동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단순한 권고가 아닌 '강제' 조치가 과연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법적 쟁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 그 정체는?

민간 차량 5부제 강제 시행의 가장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다.


이 법은 에너지 등 핵심 자원의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될 경우,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위기 수준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의 자원안보위기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제23조 제1항).


현재는 2단계 '주의' 경보가 발령된 상태로, 법적 강제력은 공공기관에만 미친다.


공공기관 차량 5부제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언급했듯,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까지 오르면 정부는 에너지 위기 단계를 3단계인 '경계'로 격상하고 민간 차량 5부제 강제 시행을 검토할 수 있다.


'경계' 단계는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며, 이때부터 민간 부문에 대한 강제 조치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경보 격상과 함께 '자원안보위기 대책본부'를 구성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제24조 제1항).


'교통정체 해소' 법으로 '에너지 절약' 강제할 수 있나?

일각에서는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이 법 제34조는 시장이 도시교통정비지역 안에서 자동차 운행을 억제할 필요가 있을 때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법을 에너지 절약 목적의 민간 5부제에 적용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입법 목적의 불일치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은 이름 그대로 '도시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다른 목적으로 법을 사용하는 것은 행정 권한 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이 법에 따른 운행 제한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 '도시교통정비지역'으로 장소가 한정되고, 기간도 '1회 30일 이내'로 제한된다.


처분 권한도 중앙정부가 아닌 '시장'에게 있어 전국 단위의 통일된 조치를 시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법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주된 근거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


'공익'이 우선이라도…국민 기본권 제한, 마음대로 가능한가?

민간 차량 5부제 강제는 '에너지 수급 안정'이라는 공익을 위한 것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반드시 헌법상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핵심은 '법률유보원칙'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작용은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과거 택시 부제와 관련된 판결들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법원은 법적 근거 없이 행정청의 내부 지침만으로 택시 부제를 시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2017구단7461 판결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명확한 법률 위임 없는 개선명령 형식의 부제 시행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법리는 민간 차량 5부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나 그 법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에 '민간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면, 정부가 임의로 강제 조치를 내릴 수 없다.


설령 법률에 위임 규정이 있더라도, 그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는 하위 법령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민간 차량 5부제를 강제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안보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 명시된 법적 근거 아래에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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