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發 '유니클로 구조조정설'⋯최초 유포자는 '영업비밀' 누설죄?
블라인드發 '유니클로 구조조정설'⋯최초 유포자는 '영업비밀' 누설죄?
블라인드에 대표이사의 '구조조정' 이메일 게시한 직원
유니클로 "공식적인 입장 아니다" 해명했지만⋯
논란 불러일으킨 '최초 게시자' 법적 책임은 지게 될까?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이메일이 유출되면서 유니클로가 발칵 뒤집혔다. /연합뉴스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
메일 한 통에 유니클로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6일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유니클로 한국법인에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유출되면서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유니클로 한국법인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 '받는 사람'은 인사조직부문장이었다. 유출 경위는 다소 단순했다. 대표이사가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메일을 함께 받는 사람'으로 엉뚱한 사람을 지정하면서 내용이 퍼졌다.
메일이 공개되자 즉각 '구조조정설'이 돌았고,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냈다. 대표이사가 인사조직부문장에게 메일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문제가 대충 정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메일을 공개한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유니클로가 이 메일로 큰 몸살을 앓은 만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지 변호사들과 확인해봤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혐의 중 첫 번째는 명예훼손이다.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이다. ①대표이사와 ②메일에 등장하는 '회장님'이다.
변호사들은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①)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기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경기남부법률사무소 김정훈 변호사는 "내용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대표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라클(성남)의 박현민 변호사도 대표이사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거나 모욕적인 표현이 나와있을 경우에는 성립하지만, 단순히 메일을 공개한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메일에 등장하는 '회장님'(②)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서앤율의 정병주 변호사는 "유니클로 본사 또는 이메일에 언급된 회장은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서담의 김영주 변호사도 "코로나19로 고용안정에 불안함을 느끼는 시기에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로 인식이 된다면 명예훼손 여지가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적용 가능성이 있는 혐의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죄다.
이메일 유출자는 대표이사가 회사 간부들과 논의 중인 구조조정에 관한 정보를 유출했다. 대표이사가 공개할 생각이나 의도가 없었던 정보였다. 이 정보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다면, 유출자에게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김정훈 변호사와 김영주 변호사는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김정훈 변호사는 공개된 유니클로 이메일 내용은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말했고, 김영주 변호사 역시 "그 정보를 통해서 이익을 얻거나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들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었다.
반대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정병주 변호사는 "관련 내용이 에프알엘코리아만이 가지고 있는 인사 조정 노하우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를 지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현민 변호사 역시 같은 답변을 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 영업비밀을 누설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이 되어있다"며 "(유출자가) 대표이사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