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행적 소송에 또다시 절망했던 형제복지원 생존자들… 드디어 국가배상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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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행적 소송에 또다시 절망했던 형제복지원 생존자들… 드디어 국가배상 길 열렸다

2025. 09. 16 10:1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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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막힌 국가배상, 법무부 상소 취하로 마침내 열려

부산 형제복지원 전경. /연합뉴스

수백 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갇혔던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그 문이 닫힌 지 38년이 흘렀지만 생존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국가의 묵인 아래 자행된 끔찍한 인권유린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실패했고, 힘겹게 얻어낸 배상 판결마저 정부의 관행적 상소에 가로막혀왔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관련 소송의 상소를 전격 취하하면서, 마침내 국가 배상 길이 열렸다.


거리 청소 명분으로 자행된 '현대판 노예 수용소'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간 부산의 한 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최악의 인권 유린 사태다. 당시 정부는 부랑인을 선도하고 거리를 정화한다는 명분 아래,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끌고 갔다. 길 잃은 어린아이나 주민등록증이 없는 시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1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안수진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3,948명 중 3,755명이 경찰에 의해 끌려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복지원이 있던 부산시 공직사회 전체가 사건에 가담했다는 증언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복지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곳은 실상 지옥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하루 종일 강제 노역에 시달렸고, 저항하면 무자비한 구타와 굶주림이 뒤따랐다. 성폭행과 살인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안 변호사는 "도망치다 발각되면 폭행으로 숨지는 경우가 잦았고, 잠잘 때는 발목에 사슬을 묶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사망한 피해자들의 시신은 암매장되거나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팔려나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계속되는 국가의 외면

이러한 만행은 1987년, 한 검사가 우연히 수용자들을 목격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하지만 주범인 박 모 원장에 대한 처벌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살인, 시신 유기, 폭행, 강간 등 중범죄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재판은 파기환송을 거듭한 끝에 특수감금 혐의마저 무죄로 판단됐다.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라 운영했으므로 불법 감금 고의가 없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결국 박 원장은 횡령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뒤늦게나마 일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 패소한 부분에 대해 기계적으로 항소와 상고를 이어가는 관행적 상소 때문이었다.


안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권리 구제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일부 승소했던 결과마저 뒤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며 "실제로 한 피해자는 항소심 승소 후 법무부가 상고했다는 소식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최종 판결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반복됐다.


법무부의 상소 취하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길고 긴 절망의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이다. 법무부는 형제복지원 관련 국가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상소를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국가의 책임을 비로소 인정한 셈이다.


이 결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이 속속 확정되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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