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계산대에서 6000원 결제했다가, 도둑으로 몰렸습니다
셀프계산대에서 6000원 결제했다가, 도둑으로 몰렸습니다
"절도죄로 고소당했다" 경찰 연락받고 결제 실패 사실 알게 돼
조사받고 다시 결제하러 간 매장에선 "절도 인정해라" 합의서 건네

최근 편의점에서 핫팩 2000원 결제 실패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당한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2년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다이소에서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가 실패된 줄 모르고 자리를 뜬 고객이 점주에게 고소당한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핫팩(2000원)을 구입한 고객은 결제를 담당한 점주가 아무런 말이 없자, 결제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카드 승인 문자가 전송되지 않는 해외카드를 사용하던 터라, 더욱 결제 실패를 알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객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점주. 그는 경찰이 사기죄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는데도 수사기관에 재수사 의뢰를 요구했다. 고객이 변상하겠다는 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비슷한 일로 고소당한 고객이 또 있었다. 이번엔 절도죄였다. 생활용품점으로 유명한 '다이소'에서 벌어진 이 사건. 다이소는 결제 실패를 몰랐던 고객 A씨를 절도죄로 고소했다. 당시 A씨가 결제하려던 물건값은 6000원이었다.
사건은 지난 2020년 8월, A씨는 친구와 경기도의 한 다이소 매장을 방문했다. 당시 A씨는 이미 다이소에서 물건을 산 뒤 셀프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매장을 나서려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친구와 함께 매장 안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로 했다. 이에 매장을 다시 둘러보다가 5000원 상당의 물건을 골랐고, 친구를 위해 1000원짜리 젤리도 함께 계산하기로 했다.
문제가 생긴 건 다시 이용하게 된 셀프계산대에서였다. 셀프 계산 과정은 다이소 상품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그 합계 금액을 카드 등으로 결제하는 식. 당시 A씨도 물건의 QR코드 스캔하고 카드를 삽입한 뒤,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미 한 번 계산했기 때문에 수월했고, 이후 A씨는 친구와 매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약 한 달 뒤, A씨는 경찰로부터 다이소 측이 절도죄로 고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A씨는 그날 결제가 안 된 줄 전혀 몰랐다. 일단 당시 A씨 뒤엔 고객의 셀프계산을 돕기 위해 직원이 수시로 지나다녔지만, 아무도 결제 실패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결제 실패를 알려줬다면 다시 결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계산대에서도 신용카드를 다시 넣으라는 안내 멘트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친구뿐만 아니라 직원 역시 같은 증언을 했다. 기계 오류가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이후 출입구에서도 도난 방지 기계음은 울리지 않아 A씨는 아무런 문제 없이 매장을 나왔다. 평소 카드 승인 문자를 받지 않던 터라 더더욱 A씨는 결제 실패를 알 수 없었다.
다이소의 고소로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매장으로 향했다. 결제가 안 됐다고 하니, 결제를 하면 큰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의 생각과 다이소 점장의 생각은 달랐다. 조사 당일 해당 매장의 책임자인 점장을 만나지 못해, 다음 날 다시 매장을 찾은 A씨. 그런데 점장이 내민 건 합의서였다.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물건값의 50배(30만원)를 내라는 내용이었다. 물건을 훔칠 생각이 없었고 이를 다시 결제할 의지까지 있던 A씨. 그는 자신의 과실이 있다고 치고 30만원을 물어줄 수는 있어도, 절도 혐의를 인정하라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당시 다이소 측은 "도난 관련된 사항으로는 합의를 진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으라고 했다.
절도 혐의가 억울했던 A씨는 결국 합의를 포기하고 경찰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경찰은 A씨에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가 시작됐던 이유도 담당 경찰이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며 사건화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A씨를 대리한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경찰 측에선 합의를 권유하더니, 이를 피해자가 거절하자 기소 의견으로 판단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며 "당시 경찰 측은 무조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다이소 관계자 역시 19일 로톡뉴스에 "도난 사건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경찰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후 사정을 안 뒤 고객과 합의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고객을) 만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결제되지 6000원 때문에 벌어진 일. 만약 A씨가 재판에 넘겨지고, 이후 절도죄가 인정되면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경우, 관련 기록이 남기 때문에 직장인인 A씨로선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0월,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안병찬 변호사는 "당시 현장 CCTV 영상 등 A씨가 결제 실패를 알지 못했던 사실관계를 최대한 확보해 제출했다"며 "물건을 훔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다이소 측이 A씨에게 연락해 결제 실패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바로 고소부터 한 사실을 아쉽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이미 1차로 결제한 내역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이 때문에 A씨가 더욱 억울해했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꼼꼼하게 대응한 덕분에 무혐의가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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