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과…일부 임직원 휴대폰 제출 거부, 진상은 경찰로
정용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과…일부 임직원 휴대폰 제출 거부, 진상은 경찰로
사내 조사 ‘휴대폰 제출 거부’ 장벽

굳은 표정의 정용진 회장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6년 5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 회장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스타벅스코리아가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려던 '단테·탱크·나수데이' 텀블러 할인 행사에서 비롯됐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5월 18일 탱크 텀블러 홍보물에 '탱크 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함께 노출되면서, 계엄군 탱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체 조사로는 고의성 결론 못 내려
신세계그룹의 자체 진상 조사 결과, 탱크데이 행사명과 날짜는 4월 15일 확정됐다.
팀장·담당 임원·본부장·대표이사로 이어지는 보고 라인과 별도로 합의자 7명이 포함된 결재 구조였으나, 최종 결재까지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일부 합의자는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이메일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책상에 탁' 문구는 5월 8일 커머스팀이 운율감을 고려해 추가했으나, 담당 임원과 경영진에는 별도로 보고되지 않았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점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관련 임직원들이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회사 차원의 조사에는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내 조사에서 휴대폰 제출을 강제할 수 없었던 이유
법리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을 근거로 비위행위에 대한 진상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휴대폰 제출을 강제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개인 소유 휴대폰에는 사적인 정보와 내밀한 영역의 데이터가 다수 저장돼 있어, 이를 강제 제출하게 하거나 미제출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근로자의 인격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내 규정에 자료 제출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지, 요구된 자료가 업무 관련 자료인지 순수 사적 자료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작성됐거나 통상적인 업무자료라면 제출 거부 시 의무 위반이 될 수 있으나, 개인 휴대폰은 사적 정보가 혼재돼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판례 기준에 비춰 보아도 징계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징계절차에서 보장되는 방어권의 정당한 행사로 인정되어, 구체적 사정에 따라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진상 규명, 결국 경찰 수사의 손으로
내부 조사에서 휴대폰 확보가 무산되자, 신세계그룹은 경찰 수사라는 법적 절차를 택했다.
전 부사장은 "수사 결과 누구라도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할 의도로 이벤트를 기획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즉시 해고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행사를 최초 기획한 커머스팀 전원은 대기발령 상태다.
형사 수사와 사내 징계 절차는 상호 독립적이므로, 회사 차원의 강제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영장에 근거한 경찰 수사는 고의성을 규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향배는 경찰 수사가 휴대폰 등 사적 영역에 대해 어디까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5·18 폄훼의 고의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지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