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과 상관없는 '애칭'까지 공개⋯조국 사생활 보호엔 눈 감은 검찰, 판 키우는 언론
재판과 상관없는 '애칭'까지 공개⋯조국 사생활 보호엔 눈 감은 검찰, 판 키우는 언론
검찰의 고의? 실수? 조국 가족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재판 중 공개
사생활 내용 '제목'으로 뽑아 확대 재생산 하는 언론

재판 도중 조국 전 장관 부부 사이의 메시지가 공개된 후 '꾸기'라는 애칭을 전면에 부각한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TV조선 캡처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의 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은 5촌 조카가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열린 재판이었지만,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렸다. 재판 도중 검찰이 공개한 '조 전 장관 부부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다.
공개된 메시지는 세금이 많이 나온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남편인 조 전 장관에게 속상함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조 전 장관이 "엄청 거액이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문제는 대화 내용과 함께 정 교수가 남편의 연락처를 저장한 애칭(愛稱⋅부부 간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까지 함께 공개됐다는 데 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을 '꾸기'라고 저장했다.
재판이 끝나자마자 '꾸기'라는 애칭을 전면에 부각한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 자체를 '꾸기 문자'라고 이름 짓고 제목에 포함한 언론 보도가 다수였다. 기사 본문에 주어를 '꾸기'로 삼아 문장을 구성한 경우도 있었다. "꾸기는 '엄청 거액이네'라고 답했다"와 같은 식이었다.
검찰이 이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건 "조 전 장관이 부인의 사모펀드 투자를 몰랐을 리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이 점은 이날 재판의 '주인공'이었던 5촌 조카와의 범죄 성립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그래서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은 "내용을 공개한 것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을 부르는 애칭까지 공개한 건 악의적이었거나 최소한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둔감했다는 지적이 많다. 조 장관이 '꾸기'라고 불린다는 사실은 검찰이 재판부에 입증하고자 하는 공소사실과 아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조국 배우자가 조국을 카카오톡에서 뭐라고 칭하는지는 사적 영역이고 전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공인이 수사⋅재판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그 사람의 사적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공동체의 기본 가치이자 인간으로서의 기본 의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잘못된 공개를 확대 재생산한 언론에도 큰 잘못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의 적절성과 별개로 이런 식의 기사는 지독히 인권 침해적인 폭력"이라며 "이런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