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주먹 피해 3살 딸과 한국으로 도망친 아내⋯1년 뒤 날아온 ‘아동반환청구’
남편 주먹 피해 3살 딸과 한국으로 도망친 아내⋯1년 뒤 날아온 ‘아동반환청구’
남편 폭행에 세 살배기 안고 몰래 귀국한 아내
1년 4개월 뒤 법원 우편물 받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낯선 이국땅에서 남편의 주먹질을 피해 세 살배기 딸을 안고 몰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아내에게 1년 4개월 만에 ‘아이를 돌려달라’는 법원의 소장이 날아들었다.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일방적으로 귀국한 3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비극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시작됐다.
타지에서의 직장 생활과 육아 병행에 지쳐가던 A씨는 남편과 잦은 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지난해 1월, 말다툼 중 남편은 A씨의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충격을 받은 A씨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A씨는 한국 직장에 복귀했고, 딸 역시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남편은 "미안하다"며 돌아오라고 연락해 왔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 4개월이 흐른 올해 5월, A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남편이 제기한 '아동반환청구' 소송 우편물을 받게 됐다.
일방적 귀국은 양육권 침해⋯하지만 '1년'과 '적응'이 변수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 상의 없이 아이를 다른 국가로 데려온 행동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
방송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홍수현 변호사는 이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및 관련 국내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적인 아동 이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제기한 아동반환청구 역시 이 협약에 근거해 아이를 원래 살던 국가로 돌려보내 달라는 법적 절차다.
그렇다면 A씨는 당장 아이를 샌프란시스코로 돌려보내야 할까. 변호사들은 예외 조항에 주목했다.
홍수현 변호사는 "아동의 불법 이동이나 유치로 인하여 양육권이 침해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협약에서 정하는 아동의 불법 이동이 1년 이상이 지났고 아동이 이미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했다는 사유가 있다면 남편의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1년'의 기준점이다. 홍 변호사는 "불법 이동이나 유치일로부터 1년이 지났는지 여부는 남편의 아동 반환 청구가 법원에 접수되어서 절차가 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답했다.
A씨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것은 지난해 1월이고, 남편이 청구를 한 것은 올해 5월이다. 이미 이동일로부터 1년이 경과했다.
따라서 A씨가 자녀가 국내 어린이집에 잘 다니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남편의 반환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주먹질도 한국 형법으로 처벌 가능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1년 전 미국에서 당한 폭행을 지금 한국에서 처벌받게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 가해자의 국적이나 범행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수현 변호사는 "우리 형법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남편이 재외국민으로 한국 국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형법 3조에 따라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미국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결과는 같다.
홍 변호사는 "피해자인 A씨가 한국인이므로 외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죄를 범한 경우 한국 형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형법 6조에 의거해서 남편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변호사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조금 넘었기 때문에 공소시효 등은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 고소가 가능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