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호 변호사가 푼 빗썸 오송금 사태의 법적 쟁점…형사 책임부터 손해배상까지
민태호 변호사가 푼 빗썸 오송금 사태의 법적 쟁점…형사 책임부터 손해배상까지
민태호 변호사 "가상자산은 재물 아냐 횡령죄 성립 안 해"
민사상 반환 책임은 있어

민태호 변호사가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형사 처벌 가능성과 민사상 책임 범위에 대해 분석했다. /로톡뉴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 하나로 무려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2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대부분은 회수됐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이미 비트코인을 팔아치우거나 해외로 빼돌렸다. 이들은 처벌받게 될까. 비트코인 오송금 사건을 직접 수행해 온 법무법인 선승 민태호 변호사가 이 기막힌 해프닝의 법적 결말을 분석했다.
'0' 하나 더 붙인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건은 지난 6일 오후 7시, 빗썸이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리워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첨금은 인당 2,000원에서 최대 5만 원이었지만, 담당 직원이 원 단위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빗썸은 부랴부랴 지급을 취소하고 장부를 수정해 99.7%를 회수했지만, 발 빠른 일부 고객이 이미 1,788개를 거래하거나 출금한 뒤였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약 4만 6,000개)보다 훨씬 많은 양이 시스템상에서 생성되어 뿌려진,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사태였다.
남의 돈 쓰면 횡령인데, 남의 비트코인은 무죄?
일반적으로 은행이 실수로 내 통장에 돈을 잘못 넣었을 때 이를 쓰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다. 그렇다면 잘못 들어온 60조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꿀꺽한 사람들도 감옥에 갈까. 민태호 변호사의 대답은 "형사 처벌은 어렵다"이다.
민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2020도0789)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법원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으로 본다"며 "따라서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기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임죄 적용도 힘들다. 민 변호사는 "오송금된 코인을 받은 사람은 거래소와 신임 관계에 있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 변호사가 수행한 하급심 판례에서도 이 같은 논리로 무죄가 선고됐다.
법의 공백이다.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은 쓰면 죄가 되지만, 잘못 들어온 코인은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는 한 형법상 죄를 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감옥은 안 가도 돈은 토해내야 한다
형사 처벌을 피했다고 해서 60조 원이 내 돈이 되는 건 아니다. 민사 소송이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민태호 변호사는 "형사와 달리 민사적으로는 당연히 부당이득 반환 대상이 된다"고 못 박았다.
피해 회사인 빗썸은 오송금 받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 변호사는 "설령 비트코인을 이미 다 팔아서 써버렸다고 해도, 그 시세에 해당하는 금전을 물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령 코인' 쇼크에 피해 본 개미들은?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이며 손해를 본 일반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은 구제받을 수 있을까.
민태호 변호사는 과거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태'를 예로 들며 손해배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시 법원은 전산 오류로 발생한 유령 주식이 시장에 풀려 주가가 폭락하자, 삼성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민 변호사는 "가상자산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하기는 어렵더라도, 폭락장 당시 거래하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