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진 도용해 당근마켓 '20대 여성' 판매 글 올렸다면, 명예훼손 된다? 안 된다?
친구 사진 도용해 당근마켓 '20대 여성' 판매 글 올렸다면, 명예훼손 된다? 안 된다?

신생아와 장애인에 이어, 이번에는 '20대 여성'을 판매한다는 글이 지난 18일 당근마켓에 올라왔다. /당근마켓 홈페이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저를 내놓습니다."
또 터졌다. 신생아와 장애인에 이어, 이번에는 '20대 여성'을 판매한다는 글이 지난 18일 당근마켓에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한 여성의 전신사진과 함께 "1997년 1월 24일생, 166cm에 57kg, O형"이라는 신상정보도 함께 공개됐다. 판매자는 "선금 200만원에 월 50만원(에 판매한다)"며 "스스로 밥 잘 먹고 똥 잘싸고 잘자고 잘씻고 청소 잘한다"고 소개했다.
이 사건이 '20대 여성의 자기 판매'글로 인터넷에 퍼지면서 종일 화제가 됐는데, 뒤늦게 소식을 접한 A씨는 자신의 SNS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가 올린 게 아니라 도용을 당한 것"이고 "친구의 장난이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난 19일 조선비즈에 친구와 나눈 카톡 내용을 공개하면서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며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친구의 철없는 장난이었다지만, A씨의 피해는 상당해보였다.
로톡뉴스는 변호사들과 함께 A씨가 친구에게 물을 수 있는 민⋅형사상 책임을 검토해봤다.
검토해볼 수 있는 혐의는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이다. 우리 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은 형법상의 명예훼손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는데,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렇다면, A씨 친구가 올린 글은 '비방의 목적'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에 관련해 2018년 대법원은
"적시한 내용, 표현의 방법 등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는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봤다.
조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사진과 함께 성매매 종사자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가 포함해 올렸다는 점에서 A씨의 사회적 가치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며 "비방 목적도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자문

반대로 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 변호사도 있었다. 친구가 올린 게시글은 A씨의 사진을 도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안심의 최혜윤 변호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는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 경우는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그렇다"고 최 변호사는 말했다. 대법원이 말하는 '사실을 드러내어'의 의미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또는 진술을 의미한다"고 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대법원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다른사람의 사진과 이름 등을 이용해 프로필을 만든 뒤 남성들과 대화를 주고받은 사람에 대해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그 사람을 사칭해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을 드러낸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최 변호사는 "게시글을 작성자는 비난받을 만하지만, 현행법상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최혜윤 변호사는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올렸으므로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액수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A씨를 성적 대상화한 해당 글이 널리 유포됐고 피해도 적지 않아 상당 금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조연빈 변호사는 "이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린 것으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최소 500만원 이상(의 위자료를) 예상한다"고 했다.
이 글을 유통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책임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했다. 당근마켓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도 '방치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조 변호사는 "정통망법에는 당근마켓과 같은 플랫폼의 의무 등을 규정해 놨으나 모두 의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법 제44조의 7에 해당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이 발동돼 게시물을 제한, 삭제 등의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처벌된다"고 했다.
최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최 변호사는 "당근마켓이 권리침해가 되는 정보가 유통되도록 방치했다고 볼 정도에 이르러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당근마켓이)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사실을 인지한 즉시 삭제했기 때문에 민사상 책임도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