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표 다툼이 폭행으로…상대 숨졌지만 '폭행치사는 무죄'
동대표 다툼이 폭행으로…상대 숨졌지만 '폭행치사는 무죄'
불법주정차 갈등에 동대표끼리 몸싸움
상대는 급성심장사
항소심도 원심대로 징역 10개월 집유 2년

아파트 동대표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항소심도 폭행치사는 무죄, 폭행죄만 유죄로 판단했다. /셔터스톡
아파트 동대표끼리 다투다 한 명이 숨진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이 폭행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고법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동대표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폭행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A씨가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법주정차 스티커 회의에서 벌어진 다툼
사건은 2024년 2월 28일 오후 7시 40분께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벌어졌다.
A씨는 불법 주·정차 스티커 부착 문제 등을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서 다른 동대표인 50대 B씨와 갈등을 겪었다.
A씨는 사무소 밖으로 나가 주먹과 발로 B씨의 얼굴 등을 때렸다. B씨는 몇 걸음 걷다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심장사로 숨졌다.
검찰은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했다고 보고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A씨가 사망을 예견할 수는 없었다고 판단해 폭행치사에는 무죄를, 폭행죄에만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에서 폭행치사가 무죄로 나오자 검사는 그 부분에, A씨는 폭행죄 유죄 부분에 각각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폭행죄 양형에 대해서는 "서로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얼굴 부위를 때린 점을 참작했다"며 "범행이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했고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혔다.
폭행치사와 폭행죄 가른 건 '예견가능성'
폭행치사는 폭행이라는 기본 범죄에 사망이라는 무거운 결과가 더해졌을 때 성립하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폭행치사로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려면 폭행과 사망 사이에 사실적 연결, 즉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해자가 그 무거운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게 확립된 법리다.
이 사건 1·2심 재판부가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폭행치사에는 무죄를 선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발로 찬 사실은 인정되나 당시 일행에게 몸을 붙잡혔던 것으로 보여 온 힘을 다해 강하게 걷어차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봐도 폭행 정도가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얼굴 부위가 치명적일 수 있기는 하나 몸이 붙잡힌 상태에서 걷어찬 정황 등에 비춰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얼굴을 가격한 행위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 힘의 정도와 당시 상황을 볼 때 A씨가 이 폭행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도 "피해자에게 평소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고 체격도 피고인보다 컸던 점에 비추어 폭행으로 사망할 것이라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인과관계는 인정하지만 예견가능성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두 재판부의 판단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