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 훔친 노인 잡고 "합의금 20배"⋯전통시장 상인들 '관행', 공갈죄 빨간 불
7000원 훔친 노인 잡고 "합의금 20배"⋯전통시장 상인들 '관행', 공갈죄 빨간 불
전통시장 노인 소액 절도 몸살
물건값 20~30배 합의금 받는 관행까지 생겨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한 부산 초량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7000원짜리 아몬드 봉투를 가방에 슬쩍 넣은 노인. 사각지대에서 상추 한 줌, 파 한 단을 집어가는 손길. 전통시장이 노인들의 소액 절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인심이 오히려 범행 표적이 된 셈이다.
경찰에 신고해 봐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자, 상인들이 직접 해결에 나섰다. 물건값의 20~30배에 달하는 합의금을 받고 눈감아주는 '관행'이다. 이 관행, 정당한 피해 회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범죄일까.
고령과 소액, 법원이 관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상인들이 공권력을 불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70대 노인이 7000원을 훔쳤다고 가정해 보자. 법원은 이들을 강하게 처벌하기 어렵다. 형을 정할 때는 범인의 연령과 범행 동기, 결과를 반드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형법 제51조).
고령은 그 자체로 양형 시 중요 고려 대상이다. 특히 "70대 노인이 혼자 생활하며 극심한 배고픔에 범행"한 정황이 있다면, 고령과 건강 악화는 집행유예의 중요 참작 사유가 된다.
또한, 상추 한 줌 같은 소액 피해는 '생계형 범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 양형기준은 생계형 범죄를 특별 감경 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액이 소액이라는 점은 판결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리한 정상이다.
결국 '고령'과 '소액'이라는 두 요소가 결합하면, 법원은 처벌보다는 복지 차원의 접근을 우선하게 된다. 설령 동종 전과가 많아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그 형량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인의 관행, 피해 회복인가 공갈죄인가
답답한 상인들은 사적 해결을 택했다. "절도 금액의 20∼30배를 받고 합의한다"는 것이다. 7000원을 훔쳤다면 14만원에서 21만원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이 관행은 상인을 피해자에서 '공갈죄' 피의자로 바꿀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공갈죄(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협박)해 재물을 받아낼 때 성립한다.
물론 절도 피해자가 범인을 신고할 권리나 훔쳐간 물건값을 돌려받을 손해배상청구권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면 공갈죄가 된다.
법원은 "절도 금액의 20~30배"를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7000원짜리 물건의 피해액은 7000원이지, 14만원(20배)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상인이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며 과도한 금액을 요구했다면, 이는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해악의 고지'(협박)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대형마트 보안요원들이 절도범을 적발한 뒤 과도한 합의금을 받아내 실적을 높이다가 공갈죄로 처벌받은 판례도 존재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고단6068 판결).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정당한 피해 회복이 아닌 범죄로 판단했다.
노인 빈곤이 낳은 '생계형 절도'와 상인들의 피해, 그리고 이 틈을 파고든 '공갈성 합의금' 관행. 법의 잣대는 양쪽 모두에게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