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니 그만 먹어라” 성희롱일까? 법원 판결 갈렸다
“살찌니 그만 먹어라” 성희롱일까? 법원 판결 갈렸다
외모 지적, '이것'과 결합 시 성희롱 확정
징계·손해배상 위험은 여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살찌니 그만 먹어라"는 직장 상사의 외모 비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체중 증가를 지적하는 말 한마디가 상황에 따라 성희롱이 될 수도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이어져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법적 경계선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 내 성희롱의 법적 요건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핵심은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성적 언동'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성별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단순한 '잔소리'는 성희롱이 아니다? 법원이 본 '4회 발언'의 경계
법원은 "살찌니 그만 먹어라"는 발언 자체만으로는 성적 언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서울행정법원 2019. 7. 18. 선고 2018구합80872 판결에서는 상사가 직원에게 '살찌니 그만 먹어라'는 말을 4회 정도 한 사안에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성적인 대화가 아니고 가까운 사이에서 지위와 무관하게 할 수 있는 말이므로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처럼 외모 지적 발언이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으려면, 일회적이고 단기간에 그치며, 친밀한 관계에서 성적 의미가 전혀 없는 순수한 건강 관심 표현으로 이루어진 경우여야 한다.
특히 업무와 무관한 사적 관계에서 발언했거나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은 경우에는 성희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옛 애인 호텔 이야기'가 결합되면 즉시 '성희롱'으로 뒤바뀐다
그러나 이 외모 비하 발언이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거나 반복될 경우, 그 법적 책임은 급격히 무거워진다.
서울고등법원 2020. 2. 7. 선고 2019누53398 판결은 이 발언이 성희롱으로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안에서는 40대 후반의 직장상사가 20대 중반의 신입직원에게 다음과 같은 행위를 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살찐다', 'E씨는 먹어도 되는데 D씨는 안 된다' 등 외모에 대한 말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함.
'대구 쪽 호텔과 옛 애인 이야기'를 하며 옛 애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어떻게 할지를 반복적으로 물음.
법원은 이 사안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외모를 비하하고, '옛 애인과 호텔' 등의 성적 불쾌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함께 한 점을 들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순 외모 비하에 다른 성적 언동이 결합되자 성희롱으로 인정된 것이다.
성희롱 피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품위 위반' 책임은 남아
외모 비하 발언이 '성희롱'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발언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상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금지된다. 외모 비하 발언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킨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 품위유지 의무 위반: 서울고등법원 2022. 7. 14. 선고 2021누71139 판결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몸매가 다 망가졌다. 살쪄서 굴러다닌다" 등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성희롱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교사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이며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공무원이나 교원 등 특정 직업군에서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인격권 침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외모 비하 발언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져야 하는 인격권 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직장 내 안전 수칙: '불쾌하다'면 즉시 멈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살찌니 그만 먹어라"는 발언 자체는 성적 의미가 없어 일반적으로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외모 비하 발언을 하거나, 다른 성적 언동과 결합될 경우 성희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희롱이 아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직장 내에서는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한다면, 해당 발언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모든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