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인배우가 숨기고 싶었던 '성매매'를 알게 된 소속사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
[단독] 신인배우가 숨기고 싶었던 '성매매'를 알게 된 소속사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
성매매 사실 알게 된 소속사 대표 "알려지지 않게 돕겠다"
과거를 빌미로 약점 잡아⋯이후 성범죄와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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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배우 A씨에게 숨기고 싶었던 과거. 그 과거를 알게 된 소속사 대표는 그 과거를 빌미로 약점을 잡아 성폭행했다. 족쇄로 묶어둔 것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신인배우 A씨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데뷔하기 전인 20대 초반, 생활고를 겪던 차에 한 유명 제작사 '실장'에게서 받은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성매매였다.
응해서는 안 될 제안이었다. 하지만, 성매매를 알선한 제작사 실장은 그녀를 계속 안심시켰다. "아주 안전한 루트여서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마음 한켠에 불안감을 안고 살던 차, 결국 들통났다. 최악의 타이밍과 최악의 사람에게서였다.
20대 초반부터 연예계 데뷔를 위해 노력했던 A씨에게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은 꿈에 다가서기 위한 발판이었다. 실제로 A씨는 소속사와 계약한 후 날개를 펼친 듯했다.
영화에도 출연했고, 그걸 기회로 해외 영화제에도 갔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대하던 두 번째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을 때. 과거 성매매 사실이 드러났다. 소속사 대표 B씨가 알게 된 것이다.
A씨는 해당 소속사 대표 B씨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B씨는 A씨의 여러 편의를 봐줬다. 아직 신인인 A씨를 소속사 사내이사로 등재시켜줬고, 온라인 쇼핑몰도 차려줬다. 다른 소속 연예인보다 더 특별한 관계가 됐다.
그러나 이런 소속사 대표 B씨의 행동이 부담스러워졌던 A씨는 고민 끝에 "사적인 관계로 스트레스받고 있으니 소속사를 옮기고 싶다"고 알렸다. 지난 2015년 9월의 일이었다.
B씨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그는 "개인적인 관계는 오늘부터 정리하면 된다"며 "어디로 옮길 건지는 알려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A씨는 사내 이사직에서 내려왔고, 그렇게 잘 정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리'는 모두 말뿐이었다. 이 대화가 있은 지 약 일주일 뒤 소속사 대표 B씨는 A씨에게 급하게 연락을 했다. "너 큰일 났다, 지금 당장 와라"
B씨의 이 연락을 받고, A씨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너 성매매 했었지?"
A씨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그 비밀'을 소속사 대표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몸이 굳었다. B씨는 A씨가 누구를 통해서 성매매를 했는지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 누구랑 얼마를 받고 성매매를 했는지 '자술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B씨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찰이 널 잡으러 올 것"이라고 재촉했다. 결국 A씨는 울면서 지금까지 성매매한 사실을 아주 자세히 적어서 B씨에게 제출했다. 그게 족쇄가 됐다.
자술서를 손에 넣은 대표 B씨는 "기사 뜨면 재밌겠다"며 A씨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런 직후에 "앞으로 잘 할 거냐"고 물으면서 "내가 다 해결해주겠다"고 달랬다.
그리고는 A씨를 성폭행했다. A씨는 이후 법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저는 그때 계속 울고 있었고 울고 있는 저에게 (⋯) 하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B씨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A씨는, 다음날 각서까지 작성했다. "성매매 사건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술서와 각서를 스스로 쓴 A씨는 이후 B씨 말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그로부터 8개월 뒤. A씨는 B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전속계약 해지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B씨는 이번엔 돈을 요구했다.
이유는 "성매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쓴 돈 8000만원이 있으니 그걸 갚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사건 무마를 위해 경찰 등에 8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돈을 준 건지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돈은 줄 수 있는데, 누구에게 주었는지는 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완강했다.
오히려 A씨에게 "(돈 준) 경찰을 만나자는 이야기냐", "성매매 사실을 경찰이나 언론에 알리자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알고 싶다고 하자, B씨는 "그 사건 다시 터뜨리자는 이야기인데, 그 뭐, 다운로드는 많이 되겠네"라며 A씨 입을 막았다.
A씨는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인 집을 내놨다. 그리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8000만원을 줬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철두철미했다. A씨에게 "8000만원을 변제한다"는 내용의 공증까지 받았다. 겉보기엔 '빌린 돈을 갚았다'는 문제없는 돈으로 만들었다.
전속계약 해지는 그렇게 돈이 오고가서야 이뤄졌다.
A씨는 억울했지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 돈을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법원에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을 뿐이다. B씨와 8000만원의 채무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전속계약 해지 과정에서 자술서와 각서 원본도 모두 돌려받았으니, 이제 그 '족쇄'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 결정이었다.
하지만 B씨에겐 '복사본'이 있었고, 그걸 재판부에 증거로 냈다. B씨가 A씨의 성매매 사실로 인해 소속사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정산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재판부에 제출됐으니 A씨는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형사 고소에 나섰다.
이 부분은 판결문에도 나타나 있다. "대외적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으로서 자칫 형사고소에 이르는 경우 오히려 이 사건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이미지에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했다."
지난해 5월, 사건 발생 4년 후에야 1심 재판이 열렸다. 대표 B씨는 A씨를 성폭행하고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각서 등을 작성하게 한 점에 대해선 "피해자에게 애정을 갖고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피고인 B씨가 'A씨의 약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재산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더욱이 B씨가 운영했던 소속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미등록된 업체였고, 계약서는 표준계약서에 비해 부당하게 작성됐다는 점도 드러났다. B씨에게 불리한 부분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B씨의 도움으로 A씨가 영화와 뮤지컬 출연 기회를 얻는 등 지원을 받은 점도 인정했다. 또한, A씨의 전속계약 해지 정산금이 8000만원보다 적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들었다.
그 결과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B씨의 항소로 지난해 9월 열린 2심.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부 한규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의 자백과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감형했다.
그렇게 B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추가됐지만, 풀려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