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심서 ‘당선무효형’ 왜?⋯허위발언으로 선거 영향 줬다면 ‘중형’
이재명 2심서 ‘당선무효형’ 왜?⋯허위발언으로 선거 영향 줬다면 ‘중형’
2심, 1심과 달리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인정
당선무효형 결정하는 기준은 ‘선거에 영향을 미쳤느냐’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차에 타고 있다 / (사진 = 홍기원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이재명(54) 경기지사가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6일 항소심(2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한 이 지사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하고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던 혐의지만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지난 6·13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었다. 이 지사는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다는 이 의혹에 대해 “그런 시도 자체가 없었다”고 해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발언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이날 이 지사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검찰이 기소한 혐의 4건 중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검사 사칭'과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등 3개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돼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될 경우 그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이 지사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2심 판단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당선무효'는 대법원 선고 때까지 미뤄진다. 이 지사 측은 상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재명이 항소심(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 이미지 제작 : 안세연 기자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며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으면서도 TV 선거토론회에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점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부분 발언은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친형 강제입원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 발언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를 통해 매우 쉽게 전파됐다”면서 “이 밖에도 Δ피고인 사적이익이 전혀 없지 않은 점 Δ정치적·도덕적 비판 여지 Δ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Δ국민 앞에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Δ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나머지 3건의 혐의(직권남용 1건과 다른 허위사실 공표 2건)는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지사는 선고 직전 최후 진술에서 “도지사로서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길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당선무효형을 피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에 주목한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한 희비도 여기서 엇갈렸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지사 외에도 김철수 속초시장과 김일권 양산시장이 있다. 세 사람은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같은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살아난 것은 지금까지는 속초시장뿐이다.
지난 28일 김철수 속초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열린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란 형의 선고 자체를 보류하는 것으로 2년이 지나면 면소(免訴·소송의 종결) 처리된다. 검찰도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고 결과적으로 시장직이 유지됐다.
김 시장은 TV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가 한 용역 업체 대표에 일을 주지 않았고, 그 결과 그 대표가 죽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방송토론회 직후 상대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갔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문제가 된 허위 사실이 효과가 있었다면 상대편의 지지율이 떨어졌을텐데 그러지 않았으므로 "선거에 큰 영향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김일권 양산시장은 지난 4일 열린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으며 당선무효 위기에 몰렸다. 김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기자회견에서 “전 양산시장의 행정지원 미비로 넥센타이어가 양산이 아닌 창녕에 공장을 건립하게 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시장이 1주일 뒤 방송토론에서 (해당 발언을) 사과했지만 이미 선거에 영향을 끼친 뒤”였다고 판시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취지다.

지난 4월 1심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김일권 양산시장이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사진 = 홍기원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서상의 박준용 변호사는 “(판결 취지를 보면) 이 지사에게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을 수 있으나, (결국) ‘강제입원 시키기 위한 일들은 존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3심)에서 판결이 뒤집힐까’라는 질문에 “대법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최근 판결 추세는) 정치의 자유나 선거운동의 자유 등이 확대되고 있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