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에게 갸루 분장을"… 광복절 서대문에 열리는 '매국노 조롱잔치'
"이완용에게 갸루 분장을"… 광복절 서대문에 열리는 '매국노 조롱잔치'
이순신·세종대왕 팬들의 의기투합
변호사들 "역사적 사실 기반한 풍자, 사자명예훼손 안 돼"

이완용의 간을 모티브로 제작한 ‘이완용 간 스퀴시’ 모습. /X 캡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팬들이 의기투합해 광복절 당일, 친일파를 해학적으로 비판하는 이색 잔치를 연다.
오는 15일 광복절, 서울 서대문의 한 카페에서 '매국노 조롱잔치'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 행사가 열린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적 주제를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풍자를 섞어 기획된 자리다.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행사 기획자 김하은 씨는 행사 취지에 대해 "말 그대로 B급 정서, 해학을 활용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왜를 조심해라"… 두 위인의 유지에서 출발한 행사
이번 행사 기획은 독특한 인연에서 시작됐다. 평소 세종대왕을 좋아하던 이들과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던 개인 팬들이 합동 행사를 기획하던 중 두 위인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김하은 씨는 "세종대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말이 '왜를 조심해라' 즉, 일본을 조심하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세종실록 전문가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순신 장군님 역시 왜구 손에 돌아가셨고 평생 왜구랑 싸우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보다는 두 분의 유지를 받든 '친일파 척결 카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입에 쪽쪽이 물고, 갸루 분장한 을사오적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을사오적(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찬성한 5명의 매국노)' 등 대표적인 친일파를 조롱 대상으로 삼았다.
김하은 씨는 "너무 무거운 역사 주제라 사람들이 조금 더 이입할 수 있는 정도로 재미있게 풀어가려 한다"고 답했다.
포스터에는 최연소 매국노 입에 아기용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물리거나, 이완용에게 최근 유행하는 '갸루(일본의 짙은 화장 스타일)' 분장을 시킨 모습이 담겼다.
정오의 '욱일기 커팅식'과 '매국노 모의고사'
광복절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도 준비됐다. 카페가 오픈하는 8월 15일 오후 12시는 1945년 일본의 항복 사실이 라디오를 통해 처음 알려진 역사적인 시간이다.
김 씨는 "역사적인 시간을 같이 기억해 보자는 의미에서 첫 번째로 입장하신 분에게 욱일기를 커팅하면서 들어오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친일파 제거 능력 검정시험'이라는 테스트도 진행된다. 각 매국노가 어떤 매국 행위를 했는지 이름을 연결하는 시험이다.
판매되는 음료 이름 역시 '왜군 블러드 레드 오미자차', '매국노대추풍낙엽차(매국노 우수수 무너져라)', '가배리카노(고종이 즐겨 마시던 가배차에서 착안)' 등으로 언어유희를 살렸다.
역사적 매국노 풍자, '사자명예훼손' 문제없을까?
그렇다면 과거의 인물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우리 형법 제308조는 '사자명예훼손죄(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반드시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때만 성립한다.
이완용 등 친일파의 매국 행위는 명백한 역사적 팩트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한 풍자나 B급 조롱은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법조계 역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므로 단순한 모욕적 표현이나 희화화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다.
김 씨는 서대문 행사 이후의 계획에 대해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문의를 주시면 우리가 했던 자료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생각이 있다"며 전국적인 행사 공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