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6880만원 안 주는 집주인의 협박…법은 세입자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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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6880만원 안 주는 집주인의 협박…법은 세입자 편일까?

2025. 09. 15 11:50 작성2025. 09. 16 09:25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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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에도 5개월째 '버티기'

집주인 사망·잠적 시 대처법부터 소송비용 회수까지 법률 전문가들이 답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세 계약이 끝난 지 5개월, 보증금 6,880만 원을 돌려달라는 세입자 A씨에게 집주인이 "주변 사람들이 많이 사망했다. 나도 사망할 것 같다. 알아서 하라"는 섬뜩한 폭언을 퍼부었다.


법적 절차를 밟아도 꿈쩍 않는 집주인 앞에서 A씨의 하루는 피가 마르는 고통의 연속이다.


버팀목 전세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지난 4월 계약 만기일이 돌아왔지만, 집주인은 "이혼 후 재산분할 문제로 어렵다"며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뤘다.


처음 몇 달은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며 A씨를 안심시키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집이 가압류(채무자의 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법적 조치)돼 돈을 줄 수 없다"며 돌변했다. 심지어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것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A씨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A씨는 이미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제도)을 신청해 등기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집주인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A씨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세입자 4명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집주인이 정말 사라진다면 내 보증금은 공중분해될까?"

A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집주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다. 만약 집주인이 정말 사망하거나 잠적해버리면, 피 같은 보증금은 영영 허공으로 사라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집주인이 사망하더라도 보증금 반환 채무는 상속인에게 그대로 승계된다"며 "상속인은 재산뿐 아니라 빚도 함께 물려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모든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해 빚을 갚을 사람이 없어져도 방법은 있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상속인이 없거나 불분명할 때, 법원이 고인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지정하는 사람) 선임을 청구한 뒤, 그 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집을 경매에 넘겨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집주인의 생사와 무관하게 A씨의 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혹시 소송에서 질 수도 있나? '떼인 돈' 앞에 작아지는 세입자"

집주인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소송을 결심했지만, '혹시나 패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에 가깝다.


남희수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임대차 계약 사실이 명확하고, 임차권등기 절차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임차인이 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A씨처럼 임차권등기명령까지 마쳤다면 승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소송 기간은 집주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6개월 안팎이 걸린다.


승소 판결문을 받으면 즉시 강제집행(판결을 받고도 돈을 갚지 않을 때, 법원의 힘을 빌려 재산을 압류하고 경매에 넘기는 절차)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 말고 이자·변호사비까지 받아낼 수 있는 돈의 범위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이자와 소송에 들어갈 변호사 비용도 A씨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비용들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 일부와 인지대, 송달료 등은 소송이 끝난 뒤 패소한 상대방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 즉 대출이자 등도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다.


배성환 변호사(법무법인 호평)는 "임대인에게 손해 발생 가능성과 구체적인 이자율까지 미리 알렸다면 특별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경우, 집주인이 몇 달간 대출이자를 직접 보내준 사실이 있어 '손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최선의 전략은? '신속한 소송'이 답인 이유"

그렇다면 지금 A씨에게 가장 필요한 행동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신속한 소송'을 꼽았다. 전준휘 변호사(법률사무소 무율)는 "이미 집주인이 돈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을 명확히 보인 상황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며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다른 채권자들보다 한발 앞서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확보하는 것이 권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세입자들과의 공동 소송은 변호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자의 사정이 달라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신속한 해결이 최우선이라면 개별 소송이,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면 공동 소송이 유리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담해 최적의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알아서 하라"는 집주인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에 A씨의 일상은 무너졌지만, 법은 분명 A씨의 편에 서 있다. 임차권등기라는 든든한 방패를 손에 쥔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지체 없는 '공격'뿐이다.


지금은 감정 소모나 추가적인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신속한 법적 대응으로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와야 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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