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쓰레기차에 깔린 60대 미화원… 죽음 부른 지자체의 '고무줄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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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쓰레기차에 깔린 60대 미화원… 죽음 부른 지자체의 '고무줄 조례'

2026. 08. 12 10:5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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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관리법 '3인 1조' 원칙 무색

지자체 조례 예외 조항으로 무력화

주무부처도 "법 목적에 안 맞아"

서울 종로구에서 새벽 시간 홀로 폐기물을 수거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수거 차량에 깔려 숨졌다. 이미지는 본문과 무관한 환경미화원 모습. /연합뉴스

새벽 3시, 홀로 쓰레기를 수거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수거 차량에 깔려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법은 '3인 1조' 주간 근무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지만, 지자체장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노동자들을 죽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서울 종로구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수거 차량에 깔려 숨졌다. 당시 이 미화원은 혼자 운전석과 수거함을 오가며 1인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생활폐기물을 수집하거나 운반할 때는 운전자를 포함해 '3인 1조'로 낮에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종로구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법 위의 조례


핵심은 법령에 단서로 달린 '지자체 조례 예외 허용'에 있었다. 종로구의 경우 조례에 1.5톤 차량을 사용할 경우 3인 1조 원칙의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해 두었기 때문이다.


당초 법이 지자체 조례로 예외를 둘 수 있게 한 취지는 명확하다. 야간에 도로에서 돌발 사고가 발생해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등, 시급한 상황이나 주민의 안전과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의 분석에 따르면, 종로구를 비롯한 꽤 많은 지자체가 조례 마지막 예외 사유로 "지자체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모호한 문구를 달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톤수나 다량의 폐기물 배출 등 구체적 기준이 아닌, 사실상 시장이나 구청장 마음대로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둔 셈이다.


60kg 쓰레기봉투 하루 300번 드는 미화원들… 주무부처 "법 목적과 안 맞아"


예외 조항이 원칙을 집어삼키는 동안 현장의 노동 강도는 살인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결원이 생길 때마다 인원을 충원하는 대신, 밀려드는 민원을 핑계로 예외 조항을 남발하며 2인 1조 혹은 1인 근무를 강행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


방송 인터뷰에 응한 현직 환경미화원은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75L 봉투 안에 음식물 등 혼합물이 굉장히 많습니다. 체감 중량은 거의 60kg 이상 나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거든요. 그걸 하루에 200~300개 정도씩은 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끌어올린 다음에 무릎을 이용해 차에 올리는 '무릎치기' 방식을 쓰다가 큰 부상도 많이 입게 되죠."


심지어 무게 5톤 미만까지는 환경미화원이 수거하도록 정해진 규정을 악용해,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콘크리트나 건축 폐기물, 심지어 칼이나 드라이버 같은 흉기를 숨겨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위험을 미화원 혼자 밤새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주무부처도 조례 문제점을 인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폐기물과 담당자는 방송에서 "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라는 조항 범주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면 법령 해석 범위를 벗어나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해당 조례의 삭제를 요청하거나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명시해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90% 가까이가 3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가 야간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원칙이 행정 편의와 모호한 조례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엄격한 법 집행과 지자체의 각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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