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의사한테 아이스커피 뿌렸는데⋯화상을 입었다네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홧김에 의사한테 아이스커피 뿌렸는데⋯화상을 입었다네요?

2019. 11. 11 14:24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수술 후 사망한 가족⋯의사한테 항의하다 냉커피 뿌려

1년이 지나서야 "화상 입었다"며 상해죄로 고소한 의사

변호사들 "상해죄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 다만⋯"

가족을 의료사고로 잃었다고 생각한 A씨는 홧김에 의사에게 아이스커피를 뿌렸다. 그리고 1년 뒤 그 의사에게 고소를 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족 잃은 슬픔에 의사한테 커피를 뿌렸는데⋯

A씨는 1년 전 가족을 잃었다. 수술을 받은 뒤 불구가 됐고,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이를 의료사고라고 확신했다. 잘못된 수술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화가 끓어올랐다. 의사에게 항의를 하다 냉커피를 뿌렸다. 이후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고소장을 받았다. 그때 그 의사가 "냉커피에 맞아 화상을 입었었다"며 '1주짜리' 진단서와 함께 상해죄로 A씨를 고소했다.


가족을 잃고, 고소까지 당한 A씨는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다는 문자를 받은 뒤 "정말 냉커피를 뿌린 거로 재판까지 가야 하느냐"며 변호사를 찾았다. 그는 "냉커피를 뿌린 일이 상해나 폭행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 7명의 답을 들어봤다.


"아이스커피 맞아 화상(火傷) 입었다" 상해죄 인정될까?

우선 변호사들은 "진단서가 나왔지만 실제 상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병원에서 전치 1주 진단이 나왔다면 이는 자연적으로 치유될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해죄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미옥 법률사무소'의 황미옥 변호사도 "상해죄의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할 경우 성립한다"며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상처라면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전치 1주 진단서'에 대해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례가 있다. 지난 2016년 대전지법 국민참여재판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상대방에게 전치 1주의 상해를 입힌 운전자에 대해 "상해죄는 무죄"라고 선고했다.


이어 이 사건의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변호사들도 해당 판례 취지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이스커피 맞아 화상 입었다" 폭행죄는 인정될까?

다만 "폭행죄는 성립한다"고 본 변호사들이 많았다.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은 상해보다 범위가 넓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행위 일체를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때리는 것 말고도 담배 연기를 상대방의 얼굴에 뿜거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도 모두 폭행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A씨와 비슷한 사건에서 벌금을 선고한 법원 판단이 있었다.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 판례다. 당시 재판부는 커피잔을 손으로 쳐 식은 커피를 상대방 얼굴에 튀게 한 사건을 놓고 "폭행이 인정된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이유로 7명의 변호사들 모두 "A씨의 행위가 폭행죄에는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참작이 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왔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윤혁석 변호사는 "가족의 사망으로 인한 경위 등을 주장한다면 기소유예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우 법률사무소의 장준환 변호사도 "냉커피를 뿌린 점, 당시 의사가 어디에 맞게 됐는지 등의 사정을 입증하면 기소유예 또는 무혐의 처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다감의 정재환 변호사 역시 "폭행죄는 합의를 하면 사건이 종결되므로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며 "동기나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보면 기소유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치 1주 진단서" 허위진단서 작성죄 될까?

A씨는 "냉커피에 화상진단서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허위진단서 작성죄로 고소할 수 없냐"고 물었다.


변호사들은 이런 경우 "처벌 가능성은 있으나, 해당 내역에 대한 입증이 명백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출신 정필승 변호사(법무법인 우성 )는 "동상도 화상의 일종"이라며 "냉커피였어도 진단서에는 화상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준환 변호사는 "처벌 가능성은 있으나, 해당 내역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도 "진단서의 작성 시기와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해당 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는 해당 죄의 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진단서에 기재하는 내용이 ① 허위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② 실제 진단 사실과 일치하지 않아야 한다. 단지 진찰을 소홀히 했거나 오진 때문이라면 이 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