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16점 차로 떨어졌다" 법원이 정 교수의 '입시비리'로 피해 입었다고 본 사람들
"단 1.16점 차로 떨어졌다" 법원이 정 교수의 '입시비리'로 피해 입었다고 본 사람들
입시비리 모두 유죄로 인정된 정경심 교수⋯법원, 최성해 총장 외 피해자 7명 언급

재판부는 지난 23일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입시비리 사건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을 언급했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입시비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 사건은 일각에서 주장한 것처럼 '고작' 표창장 하나를 위조한 사건이었을까.
적어도 우리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정 교수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를 언급하며 '공정'과 '믿음', '기대'를 말했다.
"피고인(정 교수)의 범행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입시 시스템에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렇게 말한 건, 입시비리 사건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만 최소 8명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정경심 교수 혐의의 핵심은 입시 비리다. 그의 딸 조모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을 만들어냈다는 것. 재판부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외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이 모두 위조 또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며 그 결과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꾸짖었다. 특히 '누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 관련자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로톡뉴스는 재판부가 이 사건으로 '누가'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왜 '공정'을 이야기했는지 등을 548쪽짜리 1심 판결문을 통해 분석했다.
①1.16점 차이로 부산대 의전원 떨어진 A씨,
서울대 의전원 1단계 전형에서 탈락한 B씨
현재 정 교수의 딸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이다.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지난 9월엔 2021학년도 의사국가고시 시험도 치렀다. 하지만 조씨 때문에 의전원 입시에서 떨어진 이가 두 명 있다.
우선 부산대 의전원 2014년 입시에서 최종 등수 16등으로 떨어진 A씨가 있다. 합격권인 15등 안에 들어온 조씨와 A씨의 점수 차이는 단 1.16점이었다. 재판부는 "조씨가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전원 2013년 1단계 전형에서 떨어진 B씨도 있다. 역시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한 조씨 때문에 떨어진 수험생이다. 재판부는 "평가위원들이 조씨에 대한 서류평가를 할 당시 해당 경력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씨는 결격 처리되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 모두 조씨가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의전원 입시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②동양대 총장과 교수, 그리고 조교 3명
1년이 넘게 계속된 재판 동안 정 교수 측이 가장 치열하게 주장했던 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역시 재판부는 "조씨가 표창장을 받지 않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도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었다.
검찰 조사 및 법정에서 진실을 이야기한 이들이 피해를 봤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이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꾸짖었다.
동양대 관련해서만 모두 5명이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당시 동양대에서 근무한 조교들(C씨⋅D씨⋅E씨), 그리고 교수 F씨였다.
최 총장은 "조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조교들도 "실제로 표창장을 발급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으며, 교수 F씨도 "조교들은 공문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그러한 업무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모두 재판부가 표창장이 위조된 근거라고 적시한 진술들이다.
③KIST 생체분자기능연구센터장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대학시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3주간 인턴을 했다"고 썼으나, 역시 재판부는 허위 내용이라고 했다. "5일 동안만 출근하고 그 뒤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KIST 생체분자기능연구센터장 G씨는 연구원 출퇴근 기록과 기억을 종합했을 때 조씨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인턴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연구센터의 사정으로 인턴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출근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끝까지 이를 반박했고, G씨는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법원의 설명자료를 검토한 변호사들도 "재판부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난 것 같다"며 "그냥 사문서위조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공정성을 헤친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자문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재판부가 상당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사실 판단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가 나올만한 사건이 유죄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재판부가 이 사건을 단순히 상장 등을 위조한 사건이 아니라 특권층의 계획적인 입시 비리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할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헤쳤다는 점에서 단죄를 내린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전 회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 교수는 중대한 입시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면서 관련자들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점들이 여러 번 보였기 때문에 법원이 중형을 선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