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다 바치고 용돈 30만원…경제적 통제·몰래 투자 손실, 이혼 사유 될까
월급 다 바치고 용돈 30만원…경제적 통제·몰래 투자 손실, 이혼 사유 될까
맞벌이 아내 소득 가져가 주식·코인 탕진
명의 없어도 재산분할 청구 가능하다는 자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년간 성실히 직장을 다니며 번 월급을 남편 통장으로 고스란히 넘겼지만, 손에 쥔 용돈은 달랑 30만원.
점심값과 교통비, 옷값까지 그 돈으로 해결해야 했던 A씨가 남편의 계좌를 열어보니, 8년치 맞벌이 수입이 주식과 코인 투자로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남편은 신용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쏟아부은 상태였다.
15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경제적 통제와 일방적 재산 관리를 8년간 견뎌온 A씨의 사연을 다뤘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임형창 변호사가 이혼 사유 성립 여부부터 재산분할 전략까지 구체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친정 엄마 생신 선물에도 "허락받아야"…8년간의 감시와 통제
A씨는 남편과 결혼한 지 8년째, 초등학생 아들을 하나 둔 맞벌이 부부다.
남편은 명문대 이과 출신으로 수학에 밝다는 이유로 결혼 초부터 자연스럽게 가계 경제권을 쥐게 됐다. 숫자에 약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A씨도 처음엔 그 역할 분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이어지면서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A씨의 월급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매달 30만원만 용돈으로 쥐여줬다. 카드 사용 내역을 일일이 검사하며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까지 캐물었다.
친정어머니 생신에 20만원짜리 가방을 선물했다가는 "허락도 없이 집안 돈을 함부로 쓴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데도 남편 자신이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통장 열어보니 8년치 맞벌이 수입이 증발…몰래 받은 신용대출까지
하도 답답한 나머지 남편의 계좌를 확인한 A씨는 경악했다.
8년간 두 사람이 벌어온 돈이 통장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남편이 아내 몰래 주식과 코인에 손을 댔고, 거액을 날린 것도 모자라 신용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났다.
항의하는 A씨에게 남편은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돈 한 푼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감히 경제권을 넘보냐"는 말까지 내뱉었다.
외도나 폭행은 없었지만, A씨는 오랜 감시와 무시 속에 더는 함께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이 상황이 법적으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폭행도 외도도 없어도…혼인 파탄 중대한 사유
임형창 변호사는 외도나 신체적 폭행이 없어도 재판상 이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는 부부 사이의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 지속이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이를 인정한다.
임 변호사는 "단순히 남편이 절약을 강조한 정도가 아니라, 아내가 스스로 벌어들인 월급을 사실상 전부 관리하면서 카드 사용 내역까지 일일이 통제하고 친정 부모를 위한 지출까지 제한해 왔다"고 짚었다.
이러한 행동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부 사이의 신뢰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한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남편이 돈 관리를 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A씨가 어떤 생활상의 제약을 받았는지, 남편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몰래 대출받아 투기성 투자…재산분할에서도 고려 대상
재산분할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임 변호사는 재산분할이 이혼 당시 남아 있는 재산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나누는 제도가 아니라,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배우자가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한 목적으로 재산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정상적인 재산 증식 목적으로 부부가 동의하여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한 경우와, 배우자 몰래 대출까지 받아 투기성 거래를 한 경우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임 변호사는 밝혔다.
투자 실패를 이유만으로 손실액 전부를 남편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투자 시기와 규모, 손실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두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남편 명의의 예금·증권계좌·대출 내역과 자금 이동 경위를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재산이 전부 남편 명의로 돼 있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재산분할에서는 명의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면 누구 이름으로 돼 있든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는 8년간 꾸준히 월급을 이체해온 계좌이체 내역과 급여 명세서로 경제적 기여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더욱이 소송 과정에서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활용해 남편의 재산 관계를 법원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는 만큼, 현재 파악하고 있는 남편의 은행·증권사·부동산 정보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