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이 판결대로라면, 법 시행 전 과거 스토킹도 묻힐 일 없다
'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이 판결대로라면, 법 시행 전 과거 스토킹도 묻힐 일 없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나온 첫 판결의 의미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41일 만에 나온 첫 판결. 로톡뉴스는 이러한 1호 판결이 지닌 의미를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셔터스톡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1호' 판결이 나왔다. 법이 시행된 후 41일 만이다. 그동안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따른 수사기관 입건 사례는 있었지만, 재판을 거쳐 유죄가 인정된 건 처음이다. 로톡뉴스는 이러한 1호 판결이 지닌 의미를 분석해봤다.
이번 '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지난 9월부터 피해자를 스토킹했다. 그리고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10월 21일'에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딱 2건 보냈는데, 이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했다.
사실, 스토킹처벌법이 만들어진 후 가장 쟁점이 됐던 건 '스토킹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였다.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데, 이 판단 기준은 판사 재량에 맡겨진 상황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이 법 시행 당일에 있었던 메시지 전송 행위를 가리켜 "지속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했다"고 명시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과거 있었던 스토킹 행위를 스토킹처벌법으로 단죄하진 못해도, 최소한 상습적인 스토킹 행위를 입증하는 근거로는 쓸 수 있다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로톡뉴스는 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이 나온 수원지법에 판결 취지에 대해 직접 물었다.
지난 28일, 수원지법 관계자는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판결문에 적시되지 않은 의미를 추단할 순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스토킹 범죄로 볼 수 있는 지속성이 인정됐기에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선 변호사들은 스토킹처벌법 1호 판결을 어떻게 해석할까? 로톡뉴스가 검찰 출신 등 변호사들에게 각각 문의한 결과, 가장 많은 의견이 모인 건 '포괄일죄' 법리였다. 포괄일죄란, 과거에 있었던 죄까지 포함해 하나의 죄로 묶는 걸 말한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이 사건은 개별 범죄 행위가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후에 걸쳐서 일어난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 모든 범죄를 포괄해서 범행이 종료된 시점에 시행 중이었던 신법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단 ▲가해자가 저지른 모든 범죄를 포괄일죄로 묶어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되 ▲법 시행일 이후의 범죄 행위만 양형에 반영했을 수 있다는 게 A 변호사의 해석이다.
B변호사 역시 "이 사건 재판부가 피고인이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저지른 일련의 스토킹 행위를 포괄일죄로 판단했을 수 있다"며 "스토킹처벌법을 폭넓게 적용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1회 스토킹 행위에도 과거 전력을 토대로 상습성이나 지속성을 인정한 거라면, 상당히 이례적인 법 해석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검찰 출신 C변호사도 포괄일죄 법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C 변호사는 "10월 21일에 메시지 자체를 여러 차례에 나눠서 보낸 부분을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로 인정한 걸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메시지 2건을 보냈던 그 자체를 스토킹 범죄로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다만, 이에 대해 "어떤 해석으로 보든 간에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부분은 항소심에서 판단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 변호사도 있다. 20년이 넘는 법조 경력의 D변호사는 "법 시행 이전의 범죄와 법 시행 이후의 범죄를 합쳐서 판단하는 것은 '불소급 원칙'에 어긋나고, 법 시행일 보낸 메시지 2건을 스토킹 행위의 '반복'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판결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겠지만 향후 재판에서도 포괄일죄 법리가 인정된다면, 과거 스토킹도 단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 이전에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법 시행 이후에 한 번이라도 더 스토킹을 저지르면 지속성이 인정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해당 사건에서 10월 21일 보냈던 메시지 2건 자체가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 거라면, 그리고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반복성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