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결혼식 참석 대가로 3억 요구한 모친…법원 "통상적으로 용인 안 돼, 계약 무효"
자녀 결혼식 참석 대가로 3억 요구한 모친…법원 "통상적으로 용인 안 돼, 계약 무효"
"과거 골프 레슨비" 모친 주장 배척
1심 법원, 강제집행 불허 판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는 조건으로 수억 원의 돈을 지급받기로 한 공정증서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골프 프로 선수인 자녀 A씨가 어머니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강제집행을 불허했다.
결혼 반대하던 모친, '식 참석' 조건으로 공정증서 요구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프 프로인 A씨는 2016년 초순경 당시 결혼 상대방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고 상견례를 마쳤다.
그러나 A씨의 모친인 B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모자간의 관계를 끊고 결혼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갈등을 겪던 B씨는 2016년 7월 4일경, 결혼식에 참석하겠으니 공정증서와 인증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A씨와 B씨는 공증인을 통해 A씨가 B씨에게 2억 9,1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승인하는 내용의 채무변제계약공정증서를 작성했다.
해당 약정에 따라 A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매월 400만 원을, 2017년 8월부터 2037년 6월까지 매월 100만 원을 각각 나누어 변제하기로 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했다.
이와 동시에 A씨와 당시 결혼 상대방은 모친 B씨가 미리 작성해 둔 혼전계약서에 날인한 후 공증인의 인증을 거쳤다.
이 혼전계약서에는 아내는 남편의 사회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하고, 남편이 주는 생활비 내에서 소비하며, 1년 동안 시댁에서 사는 동안 식사와 육아 및 남편 수발은 아내가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차후 이혼을 할 시에는 누구의 잘못과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위자료 청구를 포기하고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은 남편이 가지기로 약속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 문서를 작성한 후 A씨와 결혼 상대방은 2016년 9월 결혼식을 올렸고, 이듬해 1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9년 만에 돌변한 모친…자녀 채권 기습 압류
결혼식을 마친 A씨는 2025년 1월경까지 모친 B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B씨가 법원에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법원은 2025년 1월 22일 B씨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고, 같은 날 파산폐지결정과 함께 면책결정을 내렸다.
면책을 받은 B씨는 2025년 5월 21일, 9년 전 작성했던 공정증서에 기하여 자녀 A씨가 지인 등 제3자로부터 받아야 할 금전지급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어머니에 의해 자신의 자산이 압류되자, 자녀 A씨는 해당 공정증서 기재 약정이 모친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대가로 금전을 지급받기로 한 약정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며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모친 B씨는 과거 2003년부터 2006년까지 A씨의 골프 프로 자격취득에 필요한 레슨비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혼전임신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심한 갈등을 겪던 중 부모자식간의 연을 끊기로 하고, 프로취득과정에서의 비용과 B씨 차량 구입비용을 토대로 해당 공정증서와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정당하게 성립한 채무라고 맞섰다.
법원 "결혼식 참석 대가로 거액 요구…반사회적 계약으로 무효"
재판부는 자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친 B씨가 진행한 강제집행을 모두 불허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모친 B씨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A씨의 골프레슨비용으로 6,0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원고는 15~18세의 나이로 피고로부터 위 비용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약정의 실질이 결혼식 참석의 대가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공정증서 기재와 같이 2억 9,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피고가 원고의 결혼에 반대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모친으로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정에 의하여 지급하기로 한 2억 9,100만 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그러한 급부의 내용은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해당 약정이 "피고가 결혼에 반대하지 아니하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대가로 과다한 급부를 제공받기로 한 약정으로서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인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의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소송비용 또한 패소한 피고 B씨가 전액 부담하도록 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