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가벼워지는 결혼과 이혼의 의미
점점 더 가벼워지는 결혼과 이혼의 의미

우리나라 법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배우자에게도 가정폭력에 대하여 엄벌하고 있고, 유책배우자에겐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까지 인정하고 있다. /셔터스톡
남성 A씨는 한국에서 마땅한 직업과 수입원이 없었다. 이에 수 년 전 베트남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개인사업을 하면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이후 A씨는 베트남 여성 B씨를 만나 사귀게 됐다.
동거를 시작한 둘은 A씨의 비자가 만료되면서 위기를 겪었다. A씨가 베트남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어떠한 경제활동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B씨는 이 동거 기간 동안 생활비와 집세 등을 온전히 자신의 월급으로 충당하였다.
B씨는 혼자 일하는 것만으로는 A싸와의 동거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또 베트남에서 A씨의 법적 지위가 불법체류 상태인 것 역시 우려스러웠다. 이에 A씨와 B씨는 서로 상의하여 한국으로 가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B씨가 결혼 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이후 A씨는 먼저 한국에 돌아갔고, B씨는 단기 방문 체류자격(관광비자)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하였다.
그런데, A씨는 막상 B씨가 한국에 입국하자 노래방으로 데려갔다. 그러면서 도우미 일을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이후, A씨는 경기도에 거처를 마련 후 B씨를 데려가긴 했다. 하지만 B씨의 관광비자가 만료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리고 혼인신고를 한 후에도 B씨의 결혼비자 취득을 위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 B씨는 그대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이제 남편이 된 A씨는 아내 B씨에게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계속 일하도록 강요했다. 사실상 감금이었다.
아내 B씨는 한국에 입국한 날부터 혼인이 파탄에 이른 때까지, 사실상 A씨와 살던 집과 노래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우미 일에 대하여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무시당했다. 남편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B씨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여 얻은 수입으로 생활비 및 주거비용을 충당하며 생활하였다. 그밖에 도박에까지 손을 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B씨는 남편 A씨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화가 난 남편 A씨는 아내 B씨를 폭행했다. 아내 B씨는 그날 아침 집을 도망쳐 나왔고, 어렵게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혼 소송 및 형사고소를 하였다. 결국 아내 B씨는 소송을 통해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외국인 배우자, 특히 동남아시아 출신 배우자를 과연 진지한 평생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나의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적자이든, 외국 국적자이든 결국 내 삶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란 점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결혼과 이혼이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그 의미가 가벼워지고 있지만, 이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인 까닭에 여전히 무겁게 여겨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은 혼인한 배우자에게 여러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가정폭력에 대하여 엄벌하고 있으며, 유책배우자에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