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집 보증금, 전 여친이 들고 잠수…돌려받을 수 있나요?
동거하던 집 보증금, 전 여친이 들고 잠수…돌려받을 수 있나요?
전여친 주소도 모르는데 지급명령 가능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와 동거하던 집의 보증금과 계약금을 모두 지불했다. 하지만 계약서상 명의는 B씨 앞으로 했다.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보증금을 정리할 때, A씨는 집주인과 B씨에게 집을 나갈 때 보증금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법원의 긴급조치로 인해 A씨가 B씨에게 연락할 수 없던 사이, 집주인은 B씨에게 보증금을 모두 보내줬다.
B씨가 ‘자신이 받아서 A씨에게 정리해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A씨는 B씨의 주민등록번호만 알 뿐, 현재 사는 곳은 모른다. A씨는 떼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나에게 돌려준다' 3자 합의했지만…돈은 전 여자친구에게
A씨가 전 여자친구 B씨와 함께 살 집의 보증금과 계약금을 모두 냈지만, 임대차 계약서상 임차인 명의는 B씨로 했다. 이후 관계가 끝나고 이사 문제를 정리하면서 A씨와 B씨, 집주인 세 사람은 보증금을 실질적 지급자인 A씨에게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B씨에게 송금한 것이다. A씨가 법원의 긴급조치로 인해 B씨와 연락하지 못하는 사이, B씨가 집주인에게 'A씨와 상의됐다'며 자신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보증금을 받아 돌려주지 않고 있다. A씨는 이 돈을 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고민하고 있다.
주소 모를 때 쓰는 '지급명령',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우선 A씨가 B씨의 주소를 모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속한 채권 회수 절차인 지급명령은 상대방에게 서류가 송달되어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지급명령은 상대방 주소지가 필요한데, 주민번호만으로는 신청 자체가 어렵다"며 "주소 불명 시 법원에서 보정명령을 내리고 결국 소송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을 이용해 상대방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지급명령 신청 후 법원에서 주소보정명령을 내리면 이를 근거로 주민센터에서 상대방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서류 송달이 안 되면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한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송달이 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결국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며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봤다.
'부당이득'일까 '약속 위반'일까…어떤 근거로 청구해야 하나
B씨에게 돈을 청구할 법적 근거를 두고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A씨가 낸 돈을 B씨가 법률상 원인 없이 가졌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과, 세 사람이 'A씨에게 돌려주기로 한 약속' 즉, 약정을 근거로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수 변호사는 약정을 근거로 청구하는 것이 더 명확할 수 있다고 봤다. 추민경 변호사는 "부당이득반환청구보다는 보증금을 A씨에게 반환하기로 한 약정을 근거로 청구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호평 배성환 변호사 역시 "보증금 반환 약정이 있었다면 약정에 기한 청구가 더 적합하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 담긴 3자 간의 대화 녹취, 문자메시지 등이 핵심 증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