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퍼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내 카톡 몰래 훔쳐본 것도 황당한데, 협박까지?
"이거 퍼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내 카톡 몰래 훔쳐본 것도 황당한데, 협박까지?
"대화 퍼트린다"는 말⋯변호사들 "실제로 안 했더라도 협박죄 성립"
남에게 대화 내용 보여줬다면⋯온·오프 관계없이 '명예훼손'

켜져 있던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이 다른 사람과 나눈 카톡 대화를 저장한 직장동료. 그 내용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 너무나 당혹스럽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카카오톡(카톡)에서 다른 사람 험담을 많이 했네요. 이거 퍼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A씨는 직장 동료 B씨에게 사진 몇 장을 받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동료 B씨가 보낸 사진에는 A씨가 친한 친구와 1대1로 나눈 카톡 대화가 담겨있었다. B씨는 "대화 내용을 회사에 알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트리겠다"고 A씨에게 위협하기까지 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업무용 PC를 끄지 않고 퇴근한 날이 떠올랐다. B씨가 켜져 있던 컴퓨터에 접속해 A씨가 다른 사람과 나눈 카톡 대화를 읽은 것 같다.
A씨 입장에서는 B씨가 자신의 업무용 PC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열어봤다는 것도 황당한데, 그 내용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 너무나 당혹스럽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변호사들에게 문의했다.
변호사들은 B씨가 이미 협박죄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협박죄는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만한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성립한다. 죄를 판단할 때 상대가 공포감을 느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대법원은 상대가 해악 의도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협박이 된다고 판결했다(2007도606). 협박 내용을 실행에 옮겼는지와도 관계가 없다.
따라서 '험담'을 공개하겠다는 B씨의 발언은 협박죄를 저질렀다고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① B씨는 A씨 허락 없이 몰래 대화 내역을 봤고 이를 캡처했다는 증거도 A씨에게 보냈다.
② B씨가 해당 캡처를 공개하면 A씨 명예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③ 이런 상황에서 B씨는 A씨에게 "이걸 퍼뜨리면 어떻게 될지"를 물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A씨의 명예를 실추시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B씨가 한 행동은 충분히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법 283조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 그때는 이미 A씨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 이후일 수 있다"며 빠른 대처를 권유했다.
또한 B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상태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용자의 비밀을 보호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에서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제49조). 이를 어겼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리 대법원 판결에서 A씨가 겪은 일과 유사한 사건이 있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직장 동료의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몰래 열람하고 복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고 한 것(2017도15226).
재판부는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회로 정당한 접근 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B씨가 대화내역을 유포하는 등 위협을 실행에 옮겼다면 죄목이 더 추가된다.
법무법인 오현의 이철무 변호사는 "B씨가 사진 등을 유포한다면 누설한 내용과 방법에 따라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씨가 오프라인으로 대화를 보여줬다면 형법 상 명예훼손죄를 적용받는다. 이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사실일 경우 처벌 수위는 올라간다.
정보통신망(인터넷)을 이용해 공유한 경우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제70조에서 '정보통신망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조항을 마련해뒀다. 사실로 명예를 훼손할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이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JKL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B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그를 상대로 민사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