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텔레그램에 '나체 합성사진' 퍼뜨렸지만…법원 “사진 속 여성, AI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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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텔레그램에 '나체 합성사진' 퍼뜨렸지만…법원 “사진 속 여성, AI일 수도”

2025. 08. 12 15:2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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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실존 여부 입증 못해 무죄

법원이 딥페이크 사진 유포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사진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의 얼굴과 나체를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사진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2024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피고인 A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하던 중, 다른 채널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은 한 여성의 얼굴에 다른 여성의 나체가 합성된, 소위 ‘딥페이크’ 이미지였다. A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전달하기’ 기능을 이용해 이 사진을 다른 채널에 공유했다.


A씨의 행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어졌다. 검찰은 A씨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된 허위영상물을 반포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누구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반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피고인의 반격 “사진 속 그녀,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유죄가 확실해 보이던 재판은 피고인 측의 예상 밖의 주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A씨의 변호인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이 보호하는 대상은 실존하는 인물"이라며, "사진 속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항변했다.


해당 법 조항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물을 반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AI가 만든 가상 인물에게는 반대할 '의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검찰이 사진 속 피해자가 실존 인물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원, “실제 사람이라는 증명 부족”…무죄 선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이정훈 판사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검찰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 즉 '실존하는 피해자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법리를 명확히 했다. "위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야 하므로, 대상인 ‘사람’은 동의 또는 반대의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A씨가 공유한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재판부는 "사진의 배경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온천임을 알 수 있을 뿐,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실제 사람의 얼굴에 여성의 나체를 합성하였는지, 가상 인물의 얼굴에 실제 여성의 나체를 합성하였는지 알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정훈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AI 기술이 가져온 현실적 어려움을 짚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인물의 그림을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되었고, 사진이나 영상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제 사진과 인위적으로 합성한 사진의 구별도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불상의 피해자’가 실제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5고단894 판결문 (2025. 7. 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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