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훔쳐봤지?" 누명 쓴 헬스장 직원…고소장 쓰려 회원 정보 열어본 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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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 훔쳐봤지?" 누명 쓴 헬스장 직원…고소장 쓰려 회원 정보 열어본 대가는

2025. 12. 05 13:3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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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직원, '샤워실 침입' 주장한 회원 고소하려 회원정보 열람

검찰 "업무상 알게 된 정보 누설" 기소 vs 법원 "방어권 행사 위한 정당행위"

헬스장 직원이 회원 개인정보를 이용해 명예훼손 글 게시자를 고소했다가 기소됐지만, 법원은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2022년 6월, 대전의 한 헬스장이 발칵 뒤집혔다. 한 회원이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직원 A씨가 샤워실에 침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직원 A씨는 결국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하지만 고소장을 쓰려니 막막했다. 상대방의 이름은 알지만, 고소장에 필수적인 연락처와 생년월일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눈앞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를 켰다. 회원 관리 프로그램인 '다짐매니저'에 접속해 회원의 개인정보를 검색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상황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억울함을 풀려던 A씨가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업무상 알게 된 고객 정보를 사적인 고소에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내 누명 벗으려 조회했다" vs "사적 유용은 엄연한 범죄"

검찰의 입장은 단호했다. 헬스장 직원은 회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이지, 이를 자신의 방어 수단으로 이용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업무상 알게 된 피해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생년월일을 동의 없이 고소장에 기재해 경찰에 제출하고, 국민신문고 민원 등에도 사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누설이라고 주장했다.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었다. 인터넷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퍼지고 있는데, 상대방 정보를 몰라 고소조차 못 한다면 앉아서 당하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 "생일은 틀렸고, 전화번호는... 정당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근거는 두 가지로 갈렸다.


첫 번째는 다소 허무한 이유였다. A씨가 고소장에 적은 회원의 생년월일이 실제와 달랐던 것. 법원은 "사실과 다른 생년월일을 기재한 것은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핵심은 두 번째, 휴대전화 번호였다. 법원은 A씨가 회원의 전화번호를 고소장에 적어 낸 행위 자체는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처벌할 정도로 위법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성을 조각시켰다.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를 적용한 것이다. A씨가 자신을 비방한 회원을 고소하기 위해 정보를 확인한 것은,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2심도 "무죄"... 억울한 직원의 방어권 인정

검찰은 "이것이 정당행위라면 개인정보 보호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나경선)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오인이나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참고]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 2023노3477 판결문 (2024. 12. 1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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