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장어 데이트’…아내 불륜 정황만으로 이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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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와 ‘장어 데이트’…아내 불륜 정황만으로 이혼할 수 있을까

2025. 06. 10 10:4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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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아내를 태워 온 '전용 택시', 남편은 불륜을 직감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유명 입시학원 수학 강사인 아내는 귀가가 늦다. 남편 A씨는 어느 날부터 아내를 태워다 주는 택시가 늘 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3번이나 같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을 목격한 A씨가 농담처럼 "전용 기사라도 생겼냐"고 묻자, 아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기사라 퇴근 시간이 맞으면 이용한다"고 답했다.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우연히 아내의 컴퓨터에 열려 있던 카카오톡 대화창을 보게 됐다. '흑기사'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상대방은 그 택시기사였다.


"우리집 안방보다 오빠 택시가 더 편하다", "오빠 택시에서 잠시 쉬고 싶다"는 아내의 메시지와 "언제든 와서 쉬어라, 너가 탈 땐 미터기는 돌지 않아"라는 기사의 답장은 평범한 사이로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은 서울 근교의 장어집에 다녀온 사진과 함께 "정력엔 장어 꼬리가 최고"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A씨가 이를 추궁하자 아내는 "초등학교 선배인데, 동창 소개로 만난 것뿐"이라며 오히려 A씨를 의처증 환자로 몰아세웠다. 분노한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확실한 불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소송이 가능할지, 아내가 일하는 학원 게시판에 이 사실을 알려도 될지 고민에 빠졌다.


성관계 없어도 부정행위다

성관계 증거가 없더라도 이혼 소송이 가능하다. 1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이준헌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법원에서 인정하는 부정행위(배우자로서 정조 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반드시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신뢰를 깨는 모든 부정한 행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폭넓게 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사연 속 아내와 택시기사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은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황 증거만으로 소송에서 이기려면, 여러 증거를 모아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변호사는 "택시 블랙박스에 아내의 목소리가 자주 녹음됐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차량 사고 대비용으로 설치된 블랙박스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대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홧김에 학원 게시판 폭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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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마음에 학원 게시판에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행동이다. 이 변호사는 "개인의 불륜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비방할 목적'이 인정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대방을 압박하려고 흔히 사용하는 '내용증명' 발송도 신중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소송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줘 증거 인멸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결정적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소송 전 합의를 이끌어낼 목적이 아니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아내가 끝까지 불륜을 부인하며 '의처증'으로 몰아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다면 단순히 의처증으로 몰아가기 어렵다"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이 오가는 것 자체가 혼인이 파탄 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만남 주선한 동창에게 책임 물을 수 있나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 변호사는 "불륜 상대방인 택시기사에게는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륜을 의심하게 된 만남을 주선한 동창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두 사람을 소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친구가 아내의 혼인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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