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에도 '전통'에 발목" 소 힘겨루기, 계속될 수밖에 없는 '법적 딜레마'
"동물학대 논란에도 '전통'에 발목" 소 힘겨루기, 계속될 수밖에 없는 '법적 딜레마'
소싸움 전면 금지 청원 5만명 돌파에도
보은군 "경제 효과 무시 못 해" 개최 강행

보은 소 힘겨루기 대회 / 연합뉴스
동물 학대 논란 속에 전국적으로 대회 중단 사례가 늘고 있는 소 힘겨루기 대회(소싸움)가 충북 보은군에서 이달에도 강행된다.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합법적 지위를 누리며 동물보호법 적용을 면제받는 딜레마 속에서, 소싸움을 둘러싼 전통문화 계승과 동물 복지 간의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동물 복지 VS 지역 경제... 충돌하는 두 개의 가치
보은군과 사단법인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보은지회는 '2025 보은대추축제' 기간인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제16회 보은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를 보은대교 하천 둔치에서 열기로 최종 결정했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보은군은 지난 2007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해마다 행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소 힘겨루기 대회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소싸움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국회 전자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경남 등 소싸움의 본고장 격인 지역에서는 대회를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은군 역시 올해 대회 개최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대회 지속 여부를 고민했지만, 지난해 관람객 1만 2천여 명과 한우 판매량 2.7톤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해 개최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혀, 지역 경제 활성화가 동물 복지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넘어서는 주요 결정 요인이었음을 시사했다.
군은 올해 대회에 1억 8천만 원을 지원하며, 총상금 8천700만 원을 걸고 3개 체급에서 왕중왕을 가릴 예정이다.
"학대 아냐, 합법이야"... 법이 보장한 '전통'의 방패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은 소 힘겨루기 대회가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근거에 있다.
보은군에서 개최하는 소 힘겨루기 대회는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합법적인 행사로 분류된다. 더욱이 이 법률 제4조 제1항은 "소싸움에 관하여는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상해를 입히는 행위 금지) 및 제97조 제2항 제1호(위반 시 처벌)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고시하는 전통 소싸움경기는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금지 규정의 예외로 인정된다는 의미다. 현행 법 체계 아래에서는 소싸움이 동물에게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정의되는 동물 학대의 법적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법률에 의해 그 적용이 배제되는 특수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경기 운영 시 "싸움소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은지회 관계자는 이 법률 취지에 맞추기 위해 "뿔을 날카롭게 깎는 행위를 금지하고, 소가 등을 보이면 곧바로 경기를 끝내는 방향으로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만 청원, 그리고 대법원의 메시지 '사회적 인식'이 법을 바꾼다
현재 보은 소 힘겨루기 대회는 현행법상 합법이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동물 학대 금지 규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인지를 판단할 때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국회 전자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한 것은 소싸움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이미 '전통문화'에서 '동물 학대'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관련 법령의 개정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는 동물 학대 재범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학대행위자의 동물 소유 금지 규정 신설 등 동물보호법 강화에 대한 입법적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보은군의 대회 강행은 법적 합법성과 변화된 사회의 윤리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향후 소싸움에 대한 논의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지역 경제 효과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동물의 생명 존중 및 복지 증진이라는 현대적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