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곡 흉기 난동, "해고·무시에 분노" 진술⋯분노는 정당방위 사유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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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곡 흉기 난동, "해고·무시에 분노" 진술⋯분노는 정당방위 사유가 되지 않는다

2026. 05. 29 15:3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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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LG전자 사무실서 60대 협력사 직원 흉기 난동

"무시당해 분노" vs "업무 교체 요청일 뿐" 엇갈린 진술

단, 흉기 보복은 정당방위 성립 불가

LG전자 협력업체 직원인 A씨가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낮 서울 강서구의 대기업 사무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8일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원청 직원 2명을 흉기로 찌른 60대 협력업체 직원 A씨에 대해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도주 중 지하철역 인근에서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나를 하대하고 무시했다. 오늘 해고 통보를 받아 분노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은 "A씨가 업무를 버거워해 협력사 대표를 통해서만 업무 교체를 요청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왜 양측의 기억은 이토록 엇갈리는 걸까.


'업무 교체'와 '해고' 사이⋯간접고용이 만든 인식의 늪


근로기준법상 해고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뜻한다. 반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업무 교체'는 단순히 수행 업무나 배치를 바꾸는 인사권 행사로 원칙적으로 해고와는 다르다.


문제는 A씨가 원청인 LG전자의 직접 고용 근로자가 아닌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데 있다.


원청 직원은 하청 직원의 근로계약에 관여할 권한이 없으므로, 하청업체 대표에게 '사람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단순한 업무 교체 요청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의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원청의 교체 요구가 곧 해당 현장에서의 퇴출, 나아가 실질적인 실직과 막대한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법적으로는 3자 구조 속 단순한 업무 교체일지라도, 협력업체를 거쳐 전달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이를 명백한 해고 통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도급 구조의 씁쓸한 맹점이다.


"평소 하대하고 무시"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해자의 법적 책임


만약 A씨의 주장대로 피해자들이 평소 그를 하대하고 무시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건의 법적 구조는 한층 복잡해진다. 이 경우 흉기 난동 피해자들이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가혹한 언행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피해자들은 A씨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며 원청인 LG전자 역시 사용자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나아가 구체적인 언행 수위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분노는 흉기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오랜 무시와 갑작스러운 실직 두려움에서 비롯된 A씨의 분노는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하다.


형법상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성 있는 행동이어야 한다.


A씨의 흉기 난동은 현재 진행 중인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모욕과 해고 통보라는 결과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더욱이 흉기를 휘두른 행위는 어떤 침해에 대해서도 방어의 상당성이나 균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결국 A씨의 분노는 양형 단계에서 범행 경위로 참작될 여지만 있을 뿐, 그가 저지른 특수상해죄의 성립 자체를 무너뜨리거나 위법성을 조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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