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용 전기로 휠체어 충전… 절도죄일까 아닐까?
아파트 공용 전기로 휠체어 충전… 절도죄일까 아닐까?
관리규약·입주자대표회의 합의 있었다면 문제없어

공용 전기를 끌어다 전동 휠체어를 충전 중인 모습.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아파트 공용 전기로 전동 휠체어를 충전하는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전기 도둑'이라는 비난과 '사정을 모르는 마녀사냥'이라는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사건은 지난 1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제보자 A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십시일반 충전해 주는 전동 휠체어"라며 아파트 복도 소화전 아래 콘센트에 멀티탭으로 연결된 전동 휠체어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할아버지가 시간 맞춰 나오셔서 의연하게 멀티탭을 정리하고 들어가신다"며 공용 전기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명백한 전기 도둑이다", "가정용 멀티탭으로 충전해도 될 텐데 굳이 공용 전기를 쓰다니", "누가 가서 싹둑 잘라줘야 한다"는 격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아파트도 저렇게 충전하는데, 관리실에 물어보니 세대 전기요금으로 나간다고 하더라", "섣불리 비난하기 전에 아파트 관리 시스템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원칙은 전기 절도, 하지만 사전 합의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공용 전기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상 절도죄(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판례는 전기도 재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관리주체의 동의 없이 공용 전기를 사용했다면 전기 절도에 해당할 수 있다.
민사적으로도 문제다. 아파트 복도나 계단 같은 공용부분의 전기료는 모든 입주민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특정 개인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얻었다면, 다른 입주민들에게 전기료 상당의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한 공동주택의 준수사항에 "공용전기와 공용수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언급한 바 있다(2022나59538 판결).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아파트 공동체의 사전 합의다.
아파트 관리규약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통해 특정 목적의 공용 전기 사용을 허용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부 누리꾼들이 주장한 세대별 전기료 부과 방식이 대표적이다. 특정 공용 콘센트를 특정 세대의 계량기에 연결해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 공익적 차원에서 충전을 허용하고 그 비용을 공동 관리비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면 불법이 아니다.
전동 휠체어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보조기구다. 이 때문에 공동체 차원의 배려로 관련 규정을 마련했을 가능성을 섣불리 배제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 한 장만으로는 도둑 충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해당 아파트 공동체 내에 어떤 약속(관리규약 등)이 있었는지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