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못해서…" 국내서 성범죄 저질러도, 외국인이라면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 제외
"한국어 못해서…" 국내서 성범죄 저질러도, 외국인이라면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 제외
주한미군의 특혜인가 싶었는데⋯외국인이라면 모두 면제
대법원 "개별 재판부의 판단 사항"⋯법무부 "법원이 명령만 하면 통역 통해 교육 가능"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부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명령을 부과하는 경우는 최근 2년간은 없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로톡뉴스는 '최근 2년간 실형을 받은 주한미군은 없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선처가 이뤄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또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성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 모두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이 면제됐다는 것(최근 2년간 확정판결). 해당 명령은 성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처벌과 동시에 병과(倂科)할 의무가 있지만, 우리 법원은 이들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면제해 줬다.
그 '특별한 사정'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의 법적 근거는 성폭력처벌법(제16조 제2항)에 있다. 이는 재범 예방을 위해 500시간의 범위 내로 보호관찰소 등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령을 하는 게 의무인 만큼, 성범죄를 저지른 한국인들에겐 예외 없이 해당 명령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들에겐 '예외'였다.
여자친구를 동의 없이 불법촬영한 주한미군 A씨.
-서울중앙지법, 2020.7-
술집, 길가 등에서 처음 보는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갑자기 추행한 주한미군 B씨와 C씨.
-각각 수원지법 2021.5, 수원지법 2020.7-
현재 이들은 성범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은 모두 면제됐다. 역시나 "한국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강 명령을 통한 재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내에서 자체적으로 재범 방지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로톡뉴스가 주한미군 측에 직접 문의했지만, 돌아온 건 "정책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우리는 군인에 대한 개별적인 법적 사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군인들은 유죄로 인정된 모든 혐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는 답변뿐이었다.
법원은 "한국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명령을 면제해 줬다. 로톡뉴스는 법원이 다른 외국인이 아닌 '주한미군에만' 이런 특혜를 준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주한미군만의 특혜는 아니었다. 성범죄를 저지른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에게도 대부분 명령이 면제됐기 때문이다.
식당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시도한 베트남인(수원지법, 2020.10),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한 중국인(서울서부지법, 2021.8),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파키스탄인(부산지법 서부지원, 2021.1), 마사지를 빌미로 고객을 성추행한 태국인(수원지법 안산지원, 2021.11) 모두 같은 이유에서 해당 명령이 면제됐다.
즉, 현재 국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에겐 신분⋅국적과 상관없이 대부분 재범 예방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로톡뉴스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대법원 측에 직접 문의했다.
이에 대법원 관계자는 "이수 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개별) 재판부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선 계획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법원이 아닌) 법무부 소관으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로톡뉴스는 법무부에도 '외국인에 대한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가 불가능한 게 맞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에서 명령이 나오기만 하면, 외국인이라도 통역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법원에서 '외국인도 명령 이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무부 관계자는 "그건 아닐 것"이라며 "협의회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해 판사들과 자주 교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판사들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법원에서 해당 명령을 면제해 준 이유'에 대해선 "법원에서 보호관찰소의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혐의가 너무 심각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 아니라면, 보호관찰소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려해서 면제해 준 게 아닐까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리하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부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명령을 부과하는 경우는 최근 2년간은 없었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3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