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요원들도 아닌데, 일반인에 뚫린 군사시설⋯책임자 처벌은 '솜방망이' 징계 수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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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요원들도 아닌데, 일반인에 뚫린 군사시설⋯책임자 처벌은 '솜방망이' 징계 수준일 듯

2020. 03. 16 21:1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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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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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경계망' 일반인에 모두 뚫린 제주 해군기지⋯늑장 대응도 논란

軍 "엄중 문책" 밝혔지만⋯ 변호사들이 본 실제 처벌 수위는?

지난 7일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한 사건이 알려지며 군 경계태세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제주 해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2시. 대낮에 제주 해군기지가 뚫렸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경계 태세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군 안팎에서 "군부대의 경계 수준이 아파트 단지보다 못 하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당시 군의 대처는 미흡한 수준을 넘었다. 3중 경계망이 해군 기지를 보호했어야 했지만 모두 뚫려버렸다. 침입자를 발견했어야 할 초소 경계 근무, 울렸어야 할 CC(폐쇄회로)TV 경고음, 침입 장면을 놓친 CCTV 감시병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보고 체계도 문제가 있었다. 5분 대기조는 사건 발생 이후 약 두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고, 침입 즉시 이뤄졌어야 하는 상급 부대 보고 역시 사건 종료 이후 이뤄졌다. "이들이 간첩이거나 테러 조직이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역대급 경계 실패를 한 해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의외로 군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형사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낮에 뻥 뚫린 제주 해군기지⋯1시간 동안 아무도 몰랐다

제주 해군기지에 침입한 일당은 총 4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2시쯤 부대 철조망을 절단했고, 4명 중 2명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 2시간 가까이 내부를 활보했다. 그 와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현수막도 들었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사건 당시 철조망에는 움직임을 감시하는 센서가 있었지만, 호환 문제 등 고장으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초소 근무자는 침입 장소와 불과 50m 거리에 있었지만 경계에 실패했고,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감시병 2명 역시 이들을 놓쳤다.


이후 대처도 늑장 대응이었다. 1시간 뒤 잘린 철조망을 확인한 상황실은 40분이 지나서야 '5분 대기조'를 출동시켰다. 출동한 '5분' 대기조는 5분이 아니라 11분 뒤에 현장에 도착했고, 결국 상황 종료까지는 약 2시간이 걸렸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7일 발생한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기지와 상급 부대인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검열에 나서 그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7일 발생한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 해군기지와 상급 부대인 3함대 사령부에 대한 합동 검열에 나서 그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엄중 조치" 밝혔지만⋯변호사들의 예상은 '징계' 수준

군의 경계 실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삼척항까지 유유히 들어온 '북한 목선 삼척항 귀순' 사건이 있었고, 지난 2015년엔 민간 BMW 차량이 포항 해병대를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2년에도 북한군 병사가 아무런 제지 없이 우리 군 전방초소(GOP) 생활관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군은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합동참모본부는 "관련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형사처벌 대신 내부 징계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의 박주희 변호사,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의 박주희 변호사,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로톡DB


국방부 검찰단 군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침입을 막지 못한 책임자들에게 적용할 형사법 규정은 없어 보인다"고 했고, 육군 헌병 장교 출신인 법무법인 법승의 박주희 변호사도 "현실적으로는 형사 절차보다는 내부적인 징계 처분이 예상된다"고 했다.


헌병대 수사과 출신인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역시 "군형법 제 24조에 직무유기죄가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응조치 미흡(보고 및 경계체계 미흡)으로 부당한 결과(민간인 무단 침입)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죄가 성립하려면 "'①지휘관으로서 직무를 버린다는 주관적인 인식'과 '②직무를 유기하는 객관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철조망이 뜯기는 등 침입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두 가지가 인정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5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현창훈 제주 해군기지 전대장(대령⋅해군사관학교 44기)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보직 해임은 현재 맡은 직무를 그만두게 하는 '인사 조치'로, 징계나 처벌은 아니다.


철조망만 자르고 침입은 안 한 2명, 공범으로 같이 처벌될 듯

변호사들은 "해군기지에 침입한 일당이 받을 처벌은 무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06년 우리 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구속 영장을 발부할 만큼 이 사건을 무겁게 다뤘다. 평택에서 있었던 '군 철조망 훼손 및 폭력시위' 사건이었다. 당시 가담자 23명 중 6명에 대한 구속 영장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각각 '철조망 절단행위'는 군사기지법 제 24조 1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침입행위'는 같은 조 6항 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철조망만 자른 뒤 침입하지 않은 2명은 '절단행위'의 책임만 지면 될까. 그렇지 않다. 변호사들은 "이들이 실제 침입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침입할 것을 알면서 함께 절단을 했다면 전체 행위에 대한 공범(공동 정범)으로 함께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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